<이영수 칼럼> 악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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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악마는 있다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4.08.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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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적 개념을 떠나 국어사전에는 악마(惡魔)를 ‘남을 못살게 구는 아주 악독한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의를 갖고 있는 악마의 내면적 느낌은 두려움을 주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한 공포의 대상이 한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달라 붙어있다면, 그 삶은 ‘두려움’ 바로 그것일 것이다. 매일 마주 대하는 직장 동료나 친구, 가족 중 누군가가 악마라면 삶은 철저히 파괴되고 일상생활은 불가능할 것이다. 숨조차 쉬는 것도, 눈길 한번 돌리는 것도 모두가 두려움뿐일 것이다. 그러한 악마가 지금 우리의 현실 사회에 있다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는데도 참사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자였던 유병언씨는 수사당국을 피해 달아 다니다 처참한 사체로 발견됐다. 살아생전 구원파의 교주로, 기업의 총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던 유 씨는 깊은 물속에서 공포에 떨며 죽음을 맞이한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끝내 외면한 채 죽음을 맞은 것이다. 유 씨는 죽었지만 자신이 이끌어 오던 단체는 언젠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었던 유 씨는 분명 악마였다. 살아있을 때도 죽어서도 그는 악마였다.

 #육군 제28사단 한 소대의 내무반에서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상상할 수 없는 가학적인 행동을 가했다. 윤 일병이 구타에 지쳐 실신하면 수액을 주사한 뒤 회복의 기미가 보이면 또 다시 구타하고 심지어 가래침도 개처럼 핥아먹게 했다. 윤 일병이 사망하자 선임병들은 물론 간부들 역시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당시 국방부장관으로 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서면 보고한 사실도 밝혀졌지만, 징계 수위는 하급 장교 몇 명에 대한 징계에 머물렀다. 시민단체의 폭로가 없었다면, 단순 사고 처리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역시 경악스럽다. 10대 4명과 20대 3명이 여고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 했다. 이들은 가출한 윤 모양을 모텔로 데려가 성매매를 강요하고, 끓는 물을 몸에 붓거나 토사물을 먹게 했다. 이후 윤 양이 숨을 거두자 시신 얼굴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이고 시멘트를 반죽해 시신에 뿌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 채 야산에 묻었다. 윤 일병을 숨지게 한 선임병은 물론이고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던 관계자들은 분명 악마였다. 보신주의를 내세운 조직이 만들어 낸 악마였다. 물론 윤 양을 폭행한 살인자 역시 악마였다. 그렇게 악마는 우리 곁에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들고 나왔지만 국회의원들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줄 소환되고 있다. 해피아는 물론이고 철피아, 법피아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국민이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선택해 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악용했다는 인상이 짙다. 헌법 46조 2항에는 ‘국회의원은 지위를 남용해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해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해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은 헌법마저 무시한 채 자신의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헌법을 우습게 아는 국회의원은 분명 악마다. 우리는 악마를 선택했고, 그 악마는 우리 뒤에서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생을 더욱 즐겁게 보내기 위한 10가지 조언' 가운데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살고, 살게 하라"는 것이다. 로마 속담으로 알려진 이 말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되, 다른 이들도 살아갈 수 있게 하라'는 뜻이다. 교황이 즐겨 하는 표현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되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카톨릭뉴스서비스(CNS)는 풀이하고 있다. 역사상 어느 시대든, 어느 나라든 악마가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천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악마 역시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현실 세계에서는 악마를 최소화하는 것이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정치권까지 모든 국민들이 나서 악마를 없애는 일에 메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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