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국민 눈높이 맞는 정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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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국민 눈높이 맞는 정치 틀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4.07.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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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세월호 참사는 분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정치적으로 악재였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와 안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눈감은 불감증이 만들어낸 참사였던 탓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국가 개조론을 들고 나왔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한 의원은 여행가다 당한 교통사고 쯤으로 여기는 발언도 나왔다. 국회의원이라는 선량의 발언이라기에는 경악스러웠다.

 또 있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두 명의 국무총리의 연이은 낙마와 장관 청문회에서 숱한 의혹을 드러낸 문제 있는 후보 지명자들의 당당함(?). 일반인들이라면 감히 행동하기 어려운 일들을 그들은 거리낌 없이 해왔다. 결국 문제있는 장관 후보 지명자는 낙마했다. 7.30재보궐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야당은 여과 없이 이를 공격했다. 미니총선이라 불리는 7.30선거는 야당에게는 호재였다.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유병언씨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 변사체가 유 씨임이 밝혀지자 검·경에 대한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이 사체발견 40일이 지나서야 그 변사체가 유 씨임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자칫 단순 변사처리 돼 화장됐으면, 아직도 그를 찾기 위해 국력이 낭비되고 있을 것이다. 끔직한 일이다. 여기에다 유 씨는 죽지 않았으며 시체 바꿔치기가 이뤄졌다는 등의 음모론이 팽배하고 있다. 국민의 58%가 유 씨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립과학연구소의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국민은 정부와 여당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정부의 무능함이 국민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7.30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궁지에 몰렸다. 야당은 기회를 맞았다는 듯이 정부와 여당을 공격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다 야당 의원들은 “시신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거나 “변사체는 이미 지난 4월에 발견된 것이라는 증언이 있었다”며 변사체가 유 씨임을 강조한 국과수 마저 공격했다. 그렇게 7.30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7.30재보궐선거 결과 모두 15곳에서 11곳이 여당에게, 나머지 4곳이 야당에게 돌아갔다. 여당의 압승, 야당의 참패였다. 급기야 야당의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책임을 묻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야당의 승리가 점쳐지던 서울을 포함한 6곳의 수도권 지역에서 단 한곳만 야당에게 돌아갔다. 반면 소선거구제가 채택된 지난 88년 이후 단 한명의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호남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지역할거를 무너뜨린 호남의 승리로 보이는 대목이다. 야당은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아래 후보들을 돌려막기하면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

 이 와중에서도 정책 공약은 보이지 않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며 여당을 몰아 붙였다. 결국 야당의 대통령 후보급 정치 거물들도 허망하게 무녀졌다. 제1 야당으로서의 존재감도 보이지 못했다. 여당은 이 과정에서 허리 숙여 지역개발과 경제 회복에 초첨을 맞춰 선거를 치렀다. 여당과 야당의 선거 프레임은 이렇게 달랐다. 유권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프레임(Frame, 틀)이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유권자들은 모든 사실(정책)을 알고 판단하기 보다 프레임으로 판단한다. 한번 자리 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 내쫓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는 칸트가 주장했던 지성론과도 일치한다. 칸트는 “지성은 일단 한번 판단하면, 그 판단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판단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씨 변사체 음모론 등의 프레임에 갇힌 야당의 선거전략과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프레임을 내세운 여당. 결과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대다수 국민들은 당리당략에 갇힌 정치의 답답한 프레임을 원하지 않는다. 부귀영화와 사치스러운 생활도 원치 않는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만을 위한 프레임으로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언젠가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프레임을 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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