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지 않으면 닫히고, 닫히면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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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지 않으면 닫히고, 닫히면 썩는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7.2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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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지역문학도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문학이 지역성, 특히 지연, 학연 등의 연고성에 너무 얽매이면 자승자박이 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지역문학은 지역의 현재적 특성을 새롭게 창조 발전시켜가는 모습이어야 한다. 지역 연고성에 매달려 제한된 문학인들끼리의 판이 되면 그 지역문학은 본연의 문학성을 살려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인천 출신 문인을 기리고 대접하는 작업도 중요한 일이다. 고향에서 홀대를 받으면서 창작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 시민 300만 중 인천에서 태어난 사람은 몇 프로나 될까. 인천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은 또 몇 프로나 될까. 그들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흘러간 과거에 매달려 도시의 현재와 미래의 발목을 잡아두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지 않겠는가.

 인천에 지연과 학연이 없는 문인들은 아예 인천문단에 발을 들이지 않는 풍토가 엿보인다. 왜 인천문학판은 배타적인가, 왜 인천에 사는 수많은 문인들을 흡수하지 못하는가. 이 점은 인천 지역문학의 발목을 잡는 중대한 문제일 수 있다. 대다수의 인천 시민이 타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인천의 도시적 특성 중 하나이다. 그 특성에 맞추어 문학판에 대한 향후 도모나 지원작업도 진행시켜야 마땅하다.

 인천에서 김구용문학제가 5년째 계속되고 있다. 김구용시문학상도 5회째 시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문학판은 김구용문학제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김구용 시인이 인천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의 끝은 언제나 냉소적이다. 인천에서 문학을 하면서 왜 하필이면 김구용이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문제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문학이 태생론에 묶여 허우적거리는 양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척박한 인천문학의 발전을 꼭 인천 출신의 대접과 부각에서만 찾아야 한다는 것은 바른 생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적 인물을 인천으로 끌어와 기리고 인천문학판을 전국적인 문학판으로 활성화 시키는 작업도 당연히 필요하다. 지역문학의 본질을 들먹이며 문학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기존 발상에 빠져있으면서 새로운 작업을 추구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헛발질의 감이 든다. 인천문학판을 끌어가고 있는 분들께 드리는 간곡한 말씀이다.

 작가 박경리 선생은 인천에 한두 해 정도로 잠시 머물다간 분이다. 이 분을 기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있다. 물론 대단한 분이기 때문에 인천의 한두 해 연고를 핑계로 하여 기념관을 지어가며 자본주의적 자세를 견지하고자 하는 것을 문제 삼지는 않겠다. 다만 이참에 인천문학판이 아예 개방적인 자세로 돌아서야만 인천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는 것이다. 열지 않으면 닫힌 것이고, 닫히게 되면 자연히 썩게 되어 있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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