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지금 우리는 지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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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지금 우리는 지쳐있다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4.07.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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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수자천(毛遂自薦). 익히 잘 알려진 고사성어다. ‘모수(毛遂)’가 스스로를 천거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다른 사람이 추천해 주지 않으니 자신이 자신을 추천했다는 의미다. 중국 전국시대 때 진(秦)나라가 조(趙)나라를 공격했다. 조 나라 평원군(平原君)은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초(楚)나라에 구원을 요청해야 했다. 평원군은 자신의 집에 식객으로 머물러 있던 3000여 명 가운데 20명과 초나라로 동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19명은 선발했지만 나머지 한명은 찾지 못했다. 그러자 모수가 나섰다. 평원군은 “뛰어난 인물이 세상에 있는 것은 송곳이 부대자루에 있는 것과 같아서 송곳의 끝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법(囊中之錐,낭중지추). 그런데 그대는 3년간 나의 식객으로 있었는데도 그대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거절했다. 모수는 이에 “나를 부대 속에 넣어주면 끝만 아니라 그 자루까지도 뚫고 나올 것”이라고 항변했다. 결국 평원군은 그의 호기에 놀라 모수와 초나라에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19명은 모수의 당당한 뻔뻔함에 비웃었다.

 #초나라에 도착한 평원군은 초나라 왕과 합종(合從)의 필연성을 말했지만, 초 왕의 태도는 미지근했다. 평원군과 동행한 식객들은 초조했다. 그러자 모수가 비수를 주머니에 넣고 두 사람의 회담에 끼어들었다. 초 왕이 놀라 “누구냐”며 호통쳤다. 평원군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식객이라 말하자, 초 왕은 “너의 주인과 논의하고 있으니 썩 물러가라”고 호통쳤다. 모수는 물러나지 않고 비수를 꺼내 들며 나지막이 초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 위세를 부리는 것은 초나라의 강대함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좁은 곳에서는 초나라의 강대함에 의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수는 “초 왕의 목숨은 제가 가지고 있는 비수의 방향에 달려있다”면서 “제 주인이 앞에 계신데 왜 저에게 화를 내는가”라며 합종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모수의 설득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초 왕은 결국 조나라에 병력을 파견했다. 그 결과 조나라는 진나라의 침공을 막고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이후 평원군은 자신의 식객들을 향해 말을 던졌다. “나는 두 번 다시 사람 보는 안목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MB정권의 실세이면서 특무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와 닿는다. 그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지도적 인사들의 총체적인 비리와 부패의 종합 백화점을 보는 것다”고 글을 올렸다. 요즘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고 쓴 글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러고도 청문회 제도를 탓할 것인가”라며 쓴 소리를 했다. 그는 또 “공직에 나설 사람들 중 지난 시절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단 한 사람도 없는가”라며 비통해 했다. 그의 글은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허망할 줄 몰랐다”면서 정홍원 총리의 국가 대 개조계획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300명이 넘는 생명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눈뜨고 죽음으로 몰고 간 정부의 무능과 총체적인 공직사회의 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앉아서 국가개조를 한다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국민을 희롱하는 것인지 기가 찬다”고도 했다.

 #잇따른 국무총리 낙마가 부른 화가 이제 아물어가는 듯하다. 그런데 국회에서 진행 중인 장관 후보 지명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보자니 또 다시 속이 상한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장관할 만한, 그러한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이 없는지 자문해 볼수록 속만 상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국회의원 선거 등 각종 선거 때에는 스스로를 포장해 천거하는 모수자천 행위가 난무하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 덥석 물고 본다. 지명된 후보들은 자신들이 주머니속의 송곳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러나 인물검증에 들어가면 그들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생뚱맞게 청문회 탓만 한다. 지명자의 협소한 인맥 풀을 반성하기 보다 여론과 잘잘못을 밝혀내는 제도를 원망한다. 평원군 같이 폭 넓은 인맥이 없어서일까. 현 정부의 2기 내각 구성이 왜 이렇게 힘든지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사람 보는 안목도 바꿔야 한다. 국민은 이미 많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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