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아슬아슬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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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아슬아슬한 세상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4.06.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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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에서 여학생이 선출됐다. 반장으로 선출된 그 여학생은 상당히 예뻤다. 그 여학생은 부잣집 딸로 공부도 잘했으며 차분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여학생은 물론이고 많은 남학생들까지도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일부 짓궂은 남학생들은 그 여학생을 향해 고무줄 총을 쏘거나 작은 실수에도 조롱하면서 괴롭히기 일쑤였다. 장난이 좀 심하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그 여학생은 울음을 터트리고 선생님한테 이르곤 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호통치며 짓궂은 학생들을 나무랐지만 그들의 장난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마다 선생님의 호통은 계속되고 학급 분위기는 내내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언제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랐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논산훈련소에서 기본 군사교육을 익힌 뒤 자대배치 받았다. 당시 상병에서 병장으로 막 진급한 선임병이 내무반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였다. 사격은 물론이고 행군과 구보 등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태권도가 공인 3단이어서 부대 내 태권도 교관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발음이 부정확했다. 점호를 한다든가 후임 사병들에게 지시할 때도 그의 뜻이 잘못전달 돼 곤혹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포사격 훈련 때였다. 통신병을 맡았던 그는 사격지휘소에 포 거리와 방향 등을 잘못 전달해 농지에 포탄이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 그 사건이 있은 뒤부터 후임병사들은 그를 잘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그 선임병은 제대할 때까지 자신의 잘못을 잊게 하려는 듯 후임병사들을 괴롭혔다. 그것으로 자신의 병장 권위를 유지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내무반은 그로 인해 늘 불안했다.

 #직장을 가진 뒤부터 변변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운동으로 산행을 택했다. 수도권지역의 온갖 산을 다니다 보니 백두대간 산행에 욕심이 생겼다. 동반할 대상을 물색하던 중 백두대간을 서너차례 운행했다는 선배를 만났다. 그의 복장이나 장비,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빠져 그 선배를 우리들만의 백두대간 대장으로 임명(?)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지리산이나 덕유산 등 유명한 산은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산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오지 산행에 들어가면 영락없이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였다. 그러자 “저 선배 백두대간 산행 경험은 있는거야”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야간 산행을 하다 보니 산길을 놓친 것으로 자신을 달래며 산행을 지속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모두 마칠 때까지 선배를 따라 산에 들어가는 것이 늘 불안하고 아슬아슬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사임했다. 그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법이 정한 청문회에도 가보지 못한 채 14일 동안 겪은 온갖 곤혹스러움을 겪은 그에게 안타까움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웠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 지명자의 사퇴가 자진사퇴인지 낙마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향후 정국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그래서인지 여당역시 총리 후보 지정을 늦추자는 쪽과 조속한 시일 안에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어떠한 결정이 이루어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은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우리 처지가 딱하기도 하다. 아슬아슬한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 마음 편하게 살날은 과연 언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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