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공화국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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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공화국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6.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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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단 어디쯤에 호텐트족이라 불리는 소인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몸집이 작은 종족이라 그리 불리는 게 아닌가 싶다. 체구가 작으니까 얕잡아 이르는 말로도 들린다. 체구만이 아니라 색깔이 달라도 얕잡아보는 경향을 익히 알고 있다. 별로 체구가 크지도 않은 족속이면서 일반적인 체구보다 몸집이 좀 작으니까 금방 소인족이라 부르는 것을 보면, 인간은 편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알아서 조심해야 할 일이다.

 작은 체구만 가지고 소인공화국이라 얕잡아 보는 일은, 사실은 정신이 문제가 되어 얕잡아 보는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덜 깨인 국가, 덜 깨인 민족, 만의 하나라도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덜 깨인 지역과 덜 깨인 시민도 마찬가지이다. 시민적 자긍심을 만들기 위해 시민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 사회를 지켜야 하는 강력한 이유이다.

시민들 역시 늘 권력층을 감시하면서 혹시라도 소인적인 모습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기는 하지만, 만약 소인공화국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대부분 권력과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들에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자신은 늘 떳떳하고 당당하다고 주장하지만, 권력을 부여받는 순간 팔은 안으로 굽기 시작하고, 평생의 후원에 대한 은혜를 갚는 일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법에 입각하여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강변함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의 돈이 마치 제 돈인 양 자랑스럽게 분배하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편견은 공평이 결코 아니다. 심의라는 것이 형식에 지나지 않거나, 혹시라도 안으로 굽은 팔을 창피해 할 줄 모르면서 오히려 자랑스러워까지 한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지역의 정신문화를 이끌어가는 분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영향은 시민정신의 뿌리에까지 미치게 된다. 머지않아 소인공화국의 탄생은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공직에 오르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와의 밀착이다. 보란듯이 이들에게 휘둘리거나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꿈일 수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작은 직무라 하더라도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공적인 임무를 맡을 수 있다. 자기관리가 덜 되어 부실해지면 그를 그 자리에 앉힌 사람이나 지켜보는 시민이나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면 지역사회는 발전은커녕 퇴보를 향해 방향이 틀어지게 될 것은 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로 인한 상처는 과연 누가 치료해 줄 것인가.

 대부분의 힘이 없고 선량한 시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력을 쥔 자가 까놓고 소인으로 둔갑해 버리면 그 지역의 시민 역시 소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이 아무리 대인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소인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소인공화국의 탄생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계 작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부는 아니다 하더라도 실소를 자아내는 바가 없지 않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반도의 서해안 허리께에 소인공화국이 존재한다는 소문은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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