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
상태바
<이영수 칼럼>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4.06.19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수 기자
 #요즘 우리나라 국민은 우울하다. 결코 잊을 수도, 용서하기도 힘든 세월호 참사가 우선 그렇다. 세월호 참사 원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유병언씨는 정부를 조롱하듯 숨어 다니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뒷북만 치고 있다. 여기에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는 국민은 물론이고 여야의 사퇴압박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준비에 열심이다. 그의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여론은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해운업계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상은 국회의원 장남 자택을 수색해 6억 원에 달하는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 이외의 많은 것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박근혜 대통령은 느닷없이 국가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관피아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국가개조론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국민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움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파악은 고사하고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듯하다. 인사시스템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럽다. 국가개조론이 발표되자마자 실시된 인사시스템 작동이 이 정도라니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데 인사시스템이 바뀔 수 있는가. 우울하기만 하다.

 #중국 역사에서 당나라 태종 이세민이 다스리던 시대를 흔히 정관(貞觀)의 치(治)의 시대라고 한다. 정관은 태종 때 연호며, 위징(魏徵) 등 명신을 등용해 태평세대를 만들 수 있도록 정치했던 시대를 일컫는다. 당시 이세민은 수나라에 항거해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을 때 반대편에 있던 위징을 중용했다. 적의 브레인을 측근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세민을 보필하게 된 위징은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며 나라 다스림의 원칙을 제시했다. 수나라가 망한 것을 역사의 거울로 삼으라는 의미다. 이세민은 그러나 위징의 조언이 갈수록 심해지자 “조회 때마다 자신을 욕보인다”며 “죽여버리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세민은 위징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심지어 위징이 죽을 때 식음을 전폐하며 대성통곡 하기도 했다. 위징의 직언도 위대하지만, 위징의 직언을 가감없이 수용한 이세민이야 말로 위대한 군주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간신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진나라 환관 조고가 진시황의 뒤를 이어 황제로 있는 호혜에게 사슴을 진상하면서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했다는 일에서 유래된 말이다. 호혜는 간신 조고의 말이라면 조건없이 믿고 따랐다. 조고는 호혜의 눈과 귀를 멀게한 뒤 온갖 권력을 누리다 결국 호혜의 뒤를 이은 진시황의 손자 자영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부조리한 방법으로 권력을 얻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조고는 그렇게 죽었다. 결국 환관 조고의 손에 놀아난 진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국가개조라는 말이 나왔지만 나라는 여전히 어지럽다. 어느 하나 명쾌하게 정리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위정자에 대한 배신감만 배가(倍加)되고 있다. 국가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데 어떻게 시스템이 바뀔 수 있는가. 사람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데 무슨 변화를 바랄 수 있는가. 대통령부터 의식이 변해야하지 않을까. 더 이상 우울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