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야흐로 신 班常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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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야흐로 신 班常시대이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5.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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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인간은 상대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라온 환경에 따라 만나는 상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게 되고 대화법도 달라지게 된다. 우리는 인간이 제대로 사는 법을 교과서와 선배들의 가르침을 통해 수도 없이 배워왔지만, 인생은 절대로 교과서나 선배님의 말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인생 어디에도 교과서처럼 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사실은 잘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사회 역시 동물들의 세계에서처럼 강자만이 살아남는 오로지 욕망의 사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네가 인간이냐?’ 삿대질을 하면 반드시 ‘그러는 너는 인간이냐?’ 라는 막말이 돌아오게 되어 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그런데 ‘국민이 미개하다’는 말을 듣고서도 돌려줄 마땅한 말이 없어 고민스러워진다. 수천만의 국민을 미개인으로 경멸했음에도 겨우 아연실색으로 끝나는 수밖에 없다. 받아칠 능력이 없는 소시민들의 아픔이고 설움이다. 호랑이는 새끼라도 호랑이겠지만, 그러나 그 말은 새끼들의 말이 아니라 당연히 호랑이들의 말이라는 것이고, 받아쳐보았자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돌아서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미개인이 아닌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 과정도 마치고, 교육자로서 적지 않은 세월을 보냈지만, 내가 지식인이라거나 문명인이라거나를 주장할만 한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왠지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착한 시민들의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귀 막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입 다물고 있을 것이다.

 조상을 잘 만나 풍족한 환경에서 떵떵거리며 살지도 못하는 주제, 실력을 닦아서 발군의 능력으로 세상을 호령하지도 못하는 주제, 한 방면에 평생의 세월을 바쳤음에도 이름 석자 드러내기도 부끄러운 주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면 분노가 치밀어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 주제, 그러니 당연히 미개인이 맞다. 할 소리 다 하고, 하고 싶은 짓 다 하고, 그러고도 자유롭다면야 당연히 미개인 소리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미개하다’는 말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상태’를 말하기도 하고, ‘발전이 안된 사회, 문화수준이 낮은 사회’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 말이 틀릴 리가 없는 말이다.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우리 사회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시민들은 문화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진실로 우리는 아직 꽃이 덜 핀, 문화수준이 낮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분명 미개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한다면 그들은 완벽하게 발전된 상태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고 현란한 문화생활을 자유롭고 당당하게 누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은 미개한 존재로 보였음직도 하다. 우리의 노동력과 존경심을 먹고 배를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갈려버린 하늘과 땅의 차이를 황홀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불쌍해 보였을까. 권력도 없고, 능력도 없고, 가난한 시민들이 얼마나 하찮게 보였을까. 세상은 바야흐로 신 班常시대이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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