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을 사르며, 노을에 잠기는 이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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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을 사르며, 노을에 잠기는 이쁜 이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4.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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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마음 하나 사르어 님께 뿌리노니/서녘의 노을에 잠드는 이쁜이여/내 육신의 껍데기로 배 한 척 만들어/띄우면/이녘 가슴으로 꽃잎처럼 날아 오실라는가/발아래 흩어지는 꽃빛 울음이여.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오늘도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목련꽃처럼 단아한 자세로 꺼지지 않는 향을 사르는 시인이 인천에 있다. 그 향기 집밖으로조차 새어나가지 못하고 겨우 밤톨 같은 방 한 칸을 지키고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해 피우는 시인이다.

한때는 한국시단을 거침없이 활보하기도 했고, 인천시단 역시 바람처럼 횡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거친 바람에 떨어진 꽃잎 신세가 된 시인이다. ‘시 한 편 쓰면 10년은 더 살고, 시 한 편 발표하면 20년은 더 살며, 시집 한 권을 내놓으면 30년은 더 산다’는 것을 자신의 정신생명 부활의지로 삼고 문학정신의 변함없는 신조로 내세워, 35년의 뇌졸중 후유증을 버텨내고 있는 그야말로 강인한, 그가 바로 랑승만 시인이다.

인천의 시단은 타 광역시에 비해 양적으로는 분명 왜소해 보인다. 인천의 양대 문학단체 회원 수가 둘을 합쳐도 삼백여 명을 넘지 않으니 시인의 숫자야 물어 무엇 하겠는가. 대구광역시 문학단체 회원 수가 이천여 명을 넘는다는 사실에 비하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질적으로는 어떨까, 누구에게 물어도 대답은 곤란하다. 인천에 거주하는 시인들이 모두 인천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면야 어림잡기가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얼굴들 적지 않은 수가 인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이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견해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인천의 시단이 타 광역시에 비해 턱없이 엷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즈음에서 인천의 원로시인이 누구인지 묻고 싶어진다. 인천시단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원로시인이 도대체 한 분이라도 존재하는지 묻고 싶어진다. 인천시단의 정신적 지주로서 인천시단의 젊은 시인들을 아울러갈 거목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꼭 원로시인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하여, 혹시 풍토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 적잖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존경 받는 원로시인이 존재하지 않는 시단은 그만큼 뿌리가 약한 시단일 수밖에 없다. 없는 원로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단의 취약성에도 탓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천의 시단을 짊어지고 갈 새로운 별이 하룻밤에 도대체 몇 개나 뜨는지도 궁금해진다. 새로운 젊은 시인들이 당당하게 지역사회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시단 역시 무언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단이다. 누가, 무엇을, 어찌하여야, 이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 향을 사르며, 노을에 잠기는 이쁜 이를 지켜보면서, 인천시단에 엎드려 질문을 바친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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