罔民이 亡民이 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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罔民이 亡民이 되지 않기 위해서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2.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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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맹자에 이런 말이 있다. “恒産(일정한 생산이나 재산)이 없어도 恒心(일정한 마음)을 가진 자는 오직 선비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백성들은 恒産이 없으면 그로 인해 恒心도 없고, 恒心이 없게 되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간사하고 넘치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백성들이 죄에 빠진 뒤에 그 죄를 따라가서 국가가 벌을 내린다면 이는 백성을 법의 그물에 얽어 넣는 것(罔民)이다. 어떻게 어진 사람이 왕위에 있으면서 백성을 얽어 넣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백성이라는 존재가 노예일 수밖에 없어서 힘도 없고 무지하기 짝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그냥 넘기기에는 섭섭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의 백성을 향한 배려는 봉건왕정시절에도 저러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시대에 우리가 와 있다면 국가권력은 분명 이 말을 새겨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오늘날 국가는 부자이고 국민은 가난하다. 국가는 힘이 세고 국민은 힘이 없다. 국가는 강자이고 국민은 약자이다. 국가는 권력자가 되어가고 국민은 피지배자나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공공건물은 으리으리하여 함부로 들어서기도 황송스러운데 국민들은 아직도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주시대를 방불케 하는 공공건물의 주변 지하철역엔 언제든 노숙자가 있다. 국가권력에 편승한 사람들은 떵떵거리고 사는 형편인데 국민들은 언제 직장을 잃게 되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가난한 국민, 병든 국민, 거리를 헤매는 국민을 보살피는 것도 국가의 의무이다. 능력이 없다고 하여 내치거나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치면 그것은 장애인을 버리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어떻게든 그들이 생의 의지를 꺾지 않도록 국가가 도와주어야 한다. 국가의 발전에 장애물이 되는 국민을 경멸하지 말고, 국민의 평등한 살 권리에 국가가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세금을 내지 않는 국민이라고 해서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다. 국민이 체통 없는 짓을 한다고 해서 국가가 체통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은 날로 바뀌고 새로 만들어지는 듯하다. 육법전서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도 머지않아 한계가 올 것만 같다. 법이 있어서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는 있다. 법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 안전하게 할 수는 있다. 국민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힘이 없는 국민이라면 왜 만드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한 생활이 어쩔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지는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강자들은 잘도 피하는 세상이라 법이 있으나마나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민은 법대로 하기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원성도 작지 않다. 국가는 국민이 법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당연히 국민이 쉽게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나 힘없는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罔民이 결국 백성을 잃어버리는 亡民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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