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참말, 아름다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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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참말, 아름다운 거짓말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1.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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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거짓말을 잘 하라고 열심히 가르친다. 거짓말이 제일 아름답다고 열심히 가르친다. 참말로 사람 죽이는 일 있어도 거짓말로 사람 죽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그 참말 참말로 참말이 아니라고, 그 거짓말 참말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아무리 참이라 말해도 참이 아니고, 아무리 거짓말이라 말해도 거짓이 아니라고, 그러니 참말 같은 거짓말 잘 하고, 그러니 이쁜 거짓말로 따뜻하게 잘 살라고, 당신과 나는 다르다는 참말보다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다는 거짓말, 사실은 그 참말이 거짓말이고 사실은 그 거짓말이 참말이라고, 그리 알고 거짓말 잘 하는 사람 되라고 열심히 참말인 것처럼 거짓말 하고 산다. 거짓말 잘 하면 거짓도 참이 되고, 참말을 잘 하면 참말도 거짓이 된다고, 세상은 요지경이라, 답도 없는 시험문제라,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나도 모르는 말로 산다.

  계간 시와정신 2013년 겨울호에 수록된 졸시 ‘참말, 거짓말’이다. ‘참말’의 정의는 무엇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실’이나 ‘진리’의 정의처럼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대로 자연스럽게 드러나 보이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바라보는 주관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회성을 갖춘 만인의 다수적 시각이기도 하다. 철학적이기도 하면서 일반적이기도 하다. 지혜롭기도 하면서 무지하기도 하다. 고상하기도 하면서 천박하기도 하다.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 ‘참말’의 정체는 갈수록 아리송해진다. 답이 없다.

  ‘참말’도 살아있는 생물체이다. 존재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가치를 욕망하는 존재, 시대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기도 하고, 공간에 따라 마음이 달라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지기도 하는,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존재이다. 그 ‘참말’에 우리는 죽고 산다. 목숨을 건다. 어떤 얼굴이 ‘참말’인지도 모르면서 ‘참말’을 주장한다. ‘참말’이 아니면 우격다짐으로 발길질을 한다. 곧 바로 적이 된다. ‘거짓말’이라고 돌려세운다. ‘참말’이 있기나 했던 것인가. 어느 시대에, 어느 세상에, ‘참말’이 존재했는가.

  ‘참말’에 대하여, 냉혹한 해체와 분석이 필요하다. ‘참말’에 대하여 정확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우리는 ‘거짓말’을 거짓이라 내칠 수 없다. ‘참말’의 얼굴이 분명하게 드러나야만 ‘거짓말’의 얼굴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결국 ‘참말’의 그림자인 셈이기 때문이다. ‘참말’이 있어야 ‘거짓말’은 존재하는 것이다. 동시에 ‘참말’의 가치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얼굴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가 몰아세우는 ‘거짓말’의 가치와 비교해볼 필요도 있다.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이 피고 지는 ‘거짓말’도 아리송한 ‘참말’보다 얼마든지 더 아름다운 꽃일 수 있다. 우리는 기실 ‘거짓말’로 평화롭고 따뜻한 세상을 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참말’에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거짓말’에 이끌려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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