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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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3.12.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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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유보된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말 한마디 뱉어내고 천하에 죽일 놈 된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하고 싶은 소리 제대로 못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고 안달해도 민주주의이다. 생각이 다르면 모조리 적으로 내친다 해도 민주주의이다. 불순분자로만 몰아붙이면 인생 끝장 낼 수 있다고 믿는 사회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생각이 다르면 경멸해도 되고, 의견이 다르면 욕설을 해도 무방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엉뚱한 희생양을 마다 않는 사회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인터넷 천국이 되어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과학이 제아무리 첨단으로 달린다 해도, 정신은 제한 없이 뒷걸음치는 사회, 철학은 뒷전으로 밀려버리고, 시인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사회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아버지 생각이 다르고 아들의 생각이 달라서 가정이 분열되는 줄 몰라도 민주주의이다. 지아비 생각이 다르고 지어미 생각이 달라서 부부가 갈라지는 줄 몰라도 민주주의이다. 친구끼리 생각이 달라 싸우느라 술맛이 떨어지고, 직장 동료끼리 의견이 달라 말조심해야 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생각이 다르면 힘으로 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이다. 듣기 싫은 소리 자꾸 나오면 사회가 불안해진다고 화를 내어도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아직 너무나 어린 나이이므로 지켜주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하다. 오로지 우리들의 새싹인 민주주의를 위해서.

  편 가르기 해서 얻는 것도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사회이다. 민주주의 본질은 단연코 숫자 싸움이다. 그러므로 숫자 늘리는 것도 그냥 말 수는 없는 일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한켠으로 몰아세우고, 소수로 만든 그들은 포기해도 민주주의이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돌들은 정체가 불분명하다. 그러므로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흑이든 백이든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색깔이 드러난 흑돌들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치우고 나면, 백돌로 가득한 세상은 하얗고 순수한 낙원이 될 것이다. 가난의 두려움과 전쟁의 공포가 없는 천국이 될 것이다. 힘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수호천사이다.

  민주주의는 속전속결이다. 귀를 열어두고 들어보아야 그 소리가 그 소리다. 말만 많아질 뿐 세월은 끝도 없이 흐르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말은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듣기 싫은 소리 들어보아야 도움 될 일 없다. 스트레스만 쌓여 몸 그르치고 일 그르치게 된다. 듣지 않아도 얼마든지 민주주의 키울 수 있다. 열지 않아도 얼마든지 민주주의 자랄 수 있다. 내 몸 던져 바치는 희생과 봉사에는 오류란 있을 수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작은 흠집에 지나지 않는다. 고깃덩어리 몇 점 준비해 두면 사냥개들 역시 세상에 즐비하다.

  인간도 신처럼 내일을 알 수 있다. 신만이 미래를 안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논리이다. 준비만 잘 하면 밝은 내일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미래가 별 것이냐. 오년 뒤, 십년 뒤를 모른다면 그것도 문제다. 그 풍요로운 내일을 위해 잠시 허리끈을 동여매는 것이 시민의 도리이다. 말 많은 소수들이여, 적전 분열을 책동하는 어리석은 운동가들이여, 넉넉한 자비로 한 배에 동승시키고자 해도 배는 너무 작고 파도는 너무 거칠다. 그러니 한 배에 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 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원하는 자만이 가노라. 오로지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가득 찬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우리의 민주주의여, 민주주의여.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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