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경유착... 이재용부터 확실히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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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경유착... 이재용부터 확실히 끊자
  • 허종식 미디어인천신문 사장
  • 승인 2017.01.16 1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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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식 미디어인천신문 사장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아니한다` <용비어천가>

 정경유착의 뿌리는 정말 깊다. 대물림 된다. 웬만한 바람으로는 흔들지도 못한다. 이 뜻 깊은 글이 정경유착에서 떠올라 스스로도 유감이다.

 지난해 12월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불려나왔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이다.

 28년 전인 1988년 국회에서 5공 청문회가 열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은 재벌들로부터 600억 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은 일해재단 모금의 강제성을 주장했다. 당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기부금은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라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두 번의 재벌 청문회는 꼭 닮았다. 다르다면 총수들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얼굴만 바뀌었을 뿐이다. 답을 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정경유착의 산 역사다.
 이들은 속으로 역대 정권도 다 그랬는데 이번에 운이 없어서 끌려 나왔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요즘 둘만 모여도 나오는 말이 `탄핵`이고 `재벌개혁`이다.
 개혁의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넓게 퍼져 있다. 재벌의 구태는 누가 봐도 개혁 일순위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게 원칙이지만 정경유착 앞에서는 늘 머뭇거린다. 살아있는 대통령의 권력, 살아있는 재벌의 금력을 무엇으로 흔들 수 있을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과연 그럴까?
 이명박 대통령 때 이건희 삼성회장은 홀로 `황제 사면`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 CJ 이재현 회장도 사면으로 풀려났다. 경제 발전에 기여했고,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전무죄라는 한탄은 이래서 나온다.
 대통령이나 검찰총장이 `법대로 하겠다`고 불호령을 하면 무섭게 들린다. 대상자들은 협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법대로 합시다`라고 호소하면 억울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다르다.
 어느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법은 잘 난사람 딱 만 명(만인) 한 테만 평등하다고 비꼰다.

 특검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천만 촛불의 힘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살아있는 금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있는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다. 촛불민심은 특권과 특혜, 반칙을 용서하지 말고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법 앞에서는 대통령도, 재벌도 국민 그 누구도 평등해야 한다.

 삼성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대통령 말씀을 어떻게 거역할 수 있느냐.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는데.
 대통령 한마디에 큰집 누나(CJ 이미경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쫓겨나고 국회의원 공천도 날아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재벌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과 돈의 유착은 재벌의 비대화를 가져왔다. 권력과 재벌의 공생관계는 경제의 불평등, 양극화 심화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번이 모든 특권과 특혜의 공생 고리를 끊을 기회다. 국민들은 정말 열심히 산다. 하지만 뇌물과 부패의 관행으로 대를 물려 부를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빠진다. 권력에 기댈 줄도 없고, 부동산에 투기할 자금도 없으니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본다.
 반 기업 정서 확산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걱정할 것 없다. 이런 정서는 기업이 정직하면 금방 사라진다. 나라와 기업이 건강하면 국민은 힘을 낸다.

 누구도 법 앞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경유착의 오래 묵은 때를 벗기는 중이다. 죄를 지은 권력, 기업 책임자는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아픈 걸 참고 썩은 곳을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 그대로 두면 더 썩고 끝내는 목숨도 위험하다.

 재벌개혁, 양극화 해소는 이제 덮고 넘어가지 못할 시대적 과제다.
 법을 지켰다면 탄핵정국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적폐 청산의 촛불은 타오르고 있다. 꺼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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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호 2017-01-16 17:36:55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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