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황무지로 가는 열차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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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황무지로 가는 열차에 탑승했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6.08.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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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옳은 게 무어냐? 없다. 틀린 게 무어냐? 없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냐? 모른다. 사회의 정의란 무엇이냐? 개떡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이 아리송해져 간다. 배운 대로 살다보면 억울한 일 천지이다. 게다가 배운 것조차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아는 순간 환멸감보다 더한 절망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나머지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다음 세대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남겨야 하는가. 길도 없고 빛도 없는 암흑천지의 세상을 살고 있다.

 예술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모한 짓이다. 세상이 평가하고, 대중이 평가하고, 후세 사람들이 평가하도록 그저 놓아두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난한 예술인들을 위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적절한 순간에 핑계가 생긴 것이다. 나라가 나서서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꾸미다보니 조급하게 예술작품을 평가하여 원칙도 없이 지원금을 분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조적인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지원사업 주무부서에 새로운 권력을 선물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세상이고, 이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전국의 문화재단이라고 하는 곳을 살펴보니 그래도 몇 군데는 지원사업 진행 방식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 지역은 아마도 지역 예술인들의 입김이 예사롭지 않은 곳이라는 짐작이 간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화재단은 심의위원 선정 시스템도, 심의기준도 특별하게 만들어 놓지 않고, 심의위원들이 재량껏 작품심사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역 예술인들에게게 문화재단이나 심의위원은 절대자가 되어 있었고, 그들이 선택해 주느냐 아니냐만 남아있는 최악의 지원 시스템으로 대한민국 예술의 미래는 이미 절반은 끝나 있는 형국이다.

 생명체의 본질은 물론 살고자 하는 욕망이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없이는 건강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욕망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언제라도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가 있다. 우리가 가져서는 안 된다고 어린 시절부터 누누이 교육 받아온 이기주의적 자세도 당연히 이 욕망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일을 입으로만 주장하고 그만이라면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자세이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만 급급해하는 그릇된 자세이다. 건강한 욕망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더불어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욕망이어야 한다. 이 욕망마저 없다면 당연히 살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득권이란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일구어낸 것이라기보다는 앞선 세대나 혈연, 지연, 학연으로 형성된 것이기 십상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고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면 그는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는다. 타인의 노력과 능력과 기회에 무한한 찬사와 성원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득권에 집착하는 자세는 결국 타인의 노력과 능력과 기회에 대한 무분별한 장애로 작용하여 본인은 물론 사회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시킬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회 발전을 위하여 공정한 경쟁의 틀과 룰이 시급히 필요하다. 시민의 혈세로 시정이나 지원사업을 꾸려가는 분들에게 간절히 부탁드린다. 권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 무너질 때는 처참한 몰골이기 마련이다. 또한 기득권을 지키고 행사하기 위한 암묵적인 전횡이야말로 사회를 황무지로 몰고 가는 열차표라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내는 사람은 끝없이 내고, 쓰는 사람은 끝없이 쓰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지원을 못 받는 사람은 아예 기회가 없고, 받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그것이 문화예술 지원정책이고, 그것이 예술을 발전시키는 길이고, 그것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갈 수 있는 사회인가.

 머지않은 미래에 안타까운 황무지가 눈앞에 펼쳐질 수 있으니, 편의성으로 위장하여 하늘을 가리지 말고, 더불어 사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가정과 후손을 위하여, 앞서 가야 하는 우리 사회를 위하여, 당신의 강력한 신념과 의지를 통해, 진정성이 있는 판단과 개선의 실천이 있기를 주문한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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