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닌 말을 자꾸 말이라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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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닌 말을 자꾸 말이라 우긴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6.07.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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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語不成說,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한자에는 ‘말’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들이 여럿 있다. 말이란 사람의 몸에서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일종의 기운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기운에서부터 정신이나 철학적 사유까지도 포함되어 나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탄성에서부터 하품에 이르기까지가 다 그렇다. 그 중 상대방이 어떻게든 알아들을 수 있는 최소의 말은 言이라고 볼 수 있다. 言은 거의 사람의 입에서 무분별하게 나오는 소리에 가깝다. 語는 조금 다르다. 글자 속에 吾가 들어 있으니 무언가 개인의 것이 담겨나오는 정도의 말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說은 좀 더 차원이 높은 말이다. 말로 서로 화락하고 기뻐한다는 의미의 글자가 옆에 붙어 있다.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라는 보다 정제되고 논리적인 자기 생각의 표출이라는 뜻의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說은 중국 文體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語不成說’을 글자의 본래 뜻대로 해석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아무리 말을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분명한 생각과 논리를 갖춘 說이 될 수는 없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쉽게 다시 풀어내면 ‘제아무리 상황에 맞추어 비슷한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 말은 깊이나 그 사람의 정신이 담겨있는 말은 될 수가 없다’는 것이리라. 필자가 분명하게 하고자 하는 말로 바꾼다면 ‘아무리 억지로 변명을 늘어놓아도 제대로 된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일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주변에서 탈을 잡게 되면 그 말들을 모조리 싸잡아 소리에 지나지 않는 言으로 매도해 버리는 것이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전형적인 우기기 수법이다. 권력을 쥐게 되면 그 사람의 말言은 곧 語도 되고 說로도 둔갑하게 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반대로 힘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說로 모양을 갖추어 이야기를 해도 곧바로 言으로 시궁창에 처박아버리는 세상이다. 그런데 권력도 아닌 지푸라기를 잡고서 마치 커다란 권력인 것처럼 전횡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하다.

 인천문화재단 지원사업의 일부 심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심각한 문제가 들어난다. 특히 특정문학회에 몰아주기는 오해 이상의 전횡이 거의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위를 물으면 탈락한 사람들은 다 그렇다는 식의 무대뽀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나 재단의 심의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은 재단의 불찰에서 올 가능성이 크므로 신중하게 돌아보는 것이 옳다. 주변의 불만적인 말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대응방식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재단에 있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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