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상제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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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의 심판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6.04.1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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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염라대왕(玉皇上帝)을 불러 '진실하지 못한 자(者)'를 명부(冥府)로 불러 당장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염라대왕은 주저했다. 옥황상제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지목한 자는 합리적인 양심과 철학을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염라대왕은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단호했다. 자신을 배신한 자의 언행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옥황상제의 명(命)을 거역할 수 없었던 염라대왕은 결국 저승사자를 시켜 '진실하지 못한 자'를 불러오도록 했다. 저승사자 역시 진실하지 못하다고 낙인찍힌 자의 행동을 잘 알고 있었다. 염라대왕의 명을 어길 수 없던 저승사자는 꾀를 냈다. '진실하지 못한 자'를 염라대왕 앞으로 끌고 가지 않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연옥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그리곤 염라대왕에게 전했다. '진실하지 못한 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연옥에 고립돼 있던 '진실하지 못한 자'는 수많은 날을 고통으로 보냈다. 그러던 중 이승에서 자신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힘을 얻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연옥을 탈출해 옥황상제의 잘못된 판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의무라고 느꼈다. 또 이웃들에게 자신은 진실하지 못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했다. '진실하지 못한 자'는 연옥을 탈출해야만 했다. 그의 목적지는 지옥도, 천국도 아닌 이승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옥에서의 탈출에 성공했다. 이승에 도착한 '진실하지 못한 자'는 이웃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자신이 결코 '진실하지 못한 자'가 아니라는 확신도 했다. 자신이 진실하지 못한 자가 아니었기에 이웃들이 자신에게 이렇듯 강한 애정을 보내주는 것이라는 확신도 했다.

 옥황상제는 더욱 노여웠다. 이승에서 '진실하지 못한 자'의 응징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옥황상제는 그럴수록 자신의 곁에 호위무사들을 겹겹이 포진시켜야만 했다. 옥황상제는 입 속의 혀처럼 움직여주는 자신만의 진실한 사람이 필요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옥황상제는 칼을 빼들었다. 자신의 뜻과 다른 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나섰다. 호위무사들은 눈엣 가시처럼 여겼던 자들을 향해 칼을 휘둘러댔다. 옥황상제의 뜻과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옥황상제 이외의 다른 황제를 섬겼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눌러댔다. 이 과정에서 살생부(殺生部)가 나도는가 하면 무지막지한 막말도 난무했다. 태초의 세상처럼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승에 있는 선량한 사람들은 옥황상제와 그의 호위무사들에게 등을 돌렸다. 아니, 오히려 비난했다. 옥황상제의 날카로운 눈빛도 두렵지 않았다. 호위무사들의 칼춤도 비웃었다. 선량한 사람들이 외면하기 시작하자 옥황상제의 제압적인 눈빛과 호위무사들의 칼날은 무뎌졌다.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을 느낀 호위무사들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선량한 사람들이 없으면 자신들의 위압은 사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군림하기 위해서는 잠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간 중국 한(韓)나라 명장 한신(韓信)장군을 생각하면서...그러나 한번 떠난 선량한 사람들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이들의 오체투지 석고대죄는 한바탕 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옥황상제와 호위무사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제20대 4·13 총선을 비유해 봤다.
배신의 정치 심판을 외친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은 모양새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정이 흔들리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럴수록 정계개편이나 대통령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막아야하지 않을까. 권력은 정치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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