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칼럼]TPP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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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칼럼]TPP가 왜 중요한가?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10.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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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2차 대전 종전 2년 후인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가 출범했다. 자유무역을 향한 사실상의 첫걸음이었다. 2차 대전후 미국은 자국 상품을 자유롭게 수출하기 위해 세계 무역 질서를 새로 쓰고자 했다. 전쟁 피해가 비켜간 사실상 유일한 나라였던 미국 주도로 GATT가 출범하고 100개국이 넘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패권 아래 모든 나라가 동등한 조건에서 무역을 하는 다자주의 무역협정의 시기였다. 게다가 농산물이나 서비스는 교역 대상이 아니었고 오직 상품만이 무역 대상이었으므로 협정의 내용도 지극히 단순했다.

 생산이 늘어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부터 통상의 필요성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자를 수송할 수단이 충분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대부분 교역이 가까운 나라 사이에서만 이뤄졌다. 따라서 지역별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통상협정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0세기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해 자유무역을 추구하던 시기였다면 21세기에는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은 물론이고 한국 ․ 대만 ․ 싱가포르 ․ 호주 ․ 멕시코 등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입지가 확대되자 자국의 이익을 내세웠다. 말 그대로 아군도 적군도 없는 무차별 통상전쟁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GATT에서 시작해 WTO로 이어진 보편적 다자주의 협정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자 통상협정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나라끼리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형태로 분화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양자 간 FTA가 활발하게 성사된 것은 이 때문이다.

 진전이 어려운 다자간 협상의 대안으로 양자 간 FTA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 나라가 워낙 여러 나라와 다양한 FTA를 체결하다 보니 새로 FTA를 체결하려는 상대국은 물론이고 기존 FTA 체결국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국수가 엉킨 것 같다고 해서 '스파게티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이 같은 문제점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멀티 FTA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각각 양자 FTA를 맺고 있다면 이를 묶어 미국-캐나다-멕시코 3자가 협정 내용을 통일함으로써 들쑥날쑥하거나 복잡한 규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자간 FTA, 즉 멀티 FTA가 형성되고 있다. 이달 초 극적으로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다자간 FTA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1947년 GATT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세계 자유무역을 추구하려 했던 시도가 각국의 이해관계와 얽히면서 벽에 부딪혔다면 지금은 세계 각국이 여러 나라와 양자간 FTA를 맺어 멀티 FTA로 전환하면서 시장자율의 보텀업 방식으로 세계 자유 무역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RCEP는 'TPP 대항마'로 불린다. RCEP가 공식 체결되면 세계 인구 절반이 참여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TPP에 이어 세계 2위인 거대 경제공동체가 생긴다.

 김지선 포스코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RCEP는 공동 규범에서도 국가별 예외를 인정하고, 각 나라 여건을 감안한 '점진적인 개방'을 추구하고 있어 개방 수준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TPP 및 RCEP의 협정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다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중 대결의 분수령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와 그 주변 등 세 곳이다. 이 가운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갈등은 상수다. 인공섬 건설과 군사 시설 설치 등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영향력 강화 시도가 수그러들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중국은 여기서 물러서는 순간 신형대국 위상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영유권 문제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데다 마땅히 강제할 수단이 없다. 군사력을 동원할 수는 없어서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가 걸린 동중국해의 중-일-미 갈등 또한 불안한 현상유지를 피하려면 힘의 논리에 기대야 한다. 따라서 쌍방 간,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상대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이 다자간 FTA, 즉 TPP의 성립인 것이다.

 우리 언론들은 언제든 결과만 놓고 정부의 잘못을 탓하곤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정치력이 곧 경제력이라는 사실만 기억해 뒀으면 한다. 미국과 우호관계를 지속하면서 중국과 유리한 경제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인 듯하다. 우리 국민들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 정치와 경제를 조망해봤으면 한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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