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칼럼] 영국과 아일랜드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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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칼럼] 영국과 아일랜드를 보라!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10.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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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첫 사례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글로벌 불황에 전 세계가 전전긍긍이다. 가능한 대책을 모두 동원해보지만 침체의 골은 깊어지고만 있다. 한국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기업의 부실화가 심해져 경제는 악화일로다.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극심한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불황의 쓰나미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강한 생존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구가하는 나라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국과 아일랜드다.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복지 상한선을 연간으로 10%이상 삭감했다. 대신 생활임금(=최저임금)을 약 20% 이상 인상하여 고용 증가로 인한 소득세 수입을 올렸다. 따라서 복지지출은 줄었으나 재정은 튼튼해졌다. 2009년 10%를 웃돌던 재정 적자는 올해 5.5%까지 떨어졌다.

 캐머런 정부는 2010년 집권 후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도 부여했다. 2011년 28%였던 법인세를 2012년 26%로 올해는 20%까지 인하했다. 현재 영국의 총노동 인구는 3090만명, 고용률은 73.3%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잡 미러클(일자리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영국 정부는 위기 속에서 금융 중심의 산업 구조를 제조업과 생명공학 등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영국 정부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으로 올린 수익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는 ‘특허 박스’ 제도도 2013년 도입했다. 지난해 생명공학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약 4억파운드로 전년보다 8배 가까이 늘었다.

 전투적 노조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1980년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제조업도 외국 투자를 잇달아 유치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이달 초 선덜랜드에 있는 공장에 1억 파운드를 신규 투자해 생산 라인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투자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6700개에 달한다.

 대부분 나라에서 재정 지출을 줄이면 공공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재정 적자 감소와 실업률 하락이란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캐머런 정부는 복지수당 상한선 설정과 실업수당 축소라는 카드를 통해 여성과 청년층, 노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밖으로 뛰쳐나오게 하는 근로 의욕을 자극했다. 동시에 저금리 정책과 법인세 인하로 민간 기업으로 하여금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여건도 만들어줬다.

 영국은 실제 2010년 이후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는 10만개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민간 기업에서 공공 부문 감소분을 상쇄할 정도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실업률은 떨어졌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늘리거나 돈 씀씀이를 줄이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캐머런은 공공 지출 감소라는 방향성을 확실하게 제시했다.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경제 체질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주력은 금융·부동산 등 ‘거품’이 많아 쉽게 뜨고 가라앉는 업종이었다. 1990년대 말 국제금융서비스센터를 짓고 금융기관을 대거 유치했는데, 이들이 가지고 온 돈으로 아일랜드 정부는 부동산 산업을 일으켰다. 당장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부동산값 상승으로 국민의 자산 가치도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투자은행들이 돈을 빼가자, 부동산값은 반 토막이 났고,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됐다.

 지금은 농·식음료 산업과 관광, 제조업 등 ‘땀 흘리는’ 산업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 제조업체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가 아일랜드 2대 도시 코크에 항공 관련 R&D(연구개발) 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아일랜드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18.5% 성장을 기록했다. 또 지난 금융 위기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젊은이가 외면하던 농업학교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농축산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거품’을 만들지 않기 위해 경제성장 속도도 조절 중이다. 최근 기업이 몰리면서 더블린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그러자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초 임대용 부동산 구매 땐 대출을 70%로 제한하는 등 부동산 규제책을 빼들었다. 엔다 케니 총리는 “우리의 목표는 3~3.5% 경제성장”이라며 “다시 부풀었다 터지는 경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은 거품 경제의 달콤함을 맛보면 쉽게 잊지 못한다. 그런데 그 달콤함이 허무하다는 걸 위기에 빠져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고속 성장은 결국 대가를 치른다는 것도 알았다."고 강조했다.

 언젠가 아일랜드에 위기는 또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1~2개의 기둥으로 버티는 경제였지만, 지금은 여러 개의 기둥을 만들었으므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두 나라의 사례가 모든 국가가 따라야 할 전범(典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출은 줄이고 땀 흘려 번 돈으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에 투자해야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굴 수 있다는 지혜는 확실히 깨닫게 됐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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