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칼럼]美 중앙은행의 금리 추이가 항상 일면 톱기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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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칼럼]美 중앙은행의 금리 추이가 항상 일면 톱기사인 이유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09.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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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알아야 한국이 보인다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美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엊그제 美 연준이 금리를 ‘변화없음’으로 발표하자 세계 모든 국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금리 정책에 왜 모든 나라들이 좌불안석일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저금리와 유동성이 돌변하면서 경제가 부실한 나라들부터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 올해 초부터 美 연준이 금리인상을 예견한 탓에 신흥국 중 일부가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반영한다. 우리도 금리인상이 임박하자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며 주요 대기업들의 부실화가 크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이며, 일부에선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풀린 유동성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2009년부터 시작된 세 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약 4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8조 달러 정도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국내총생산의 3배가 넘고 내년 예산의 13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금리 인상은 결국 이 막대한 자금을 회수한다는 신호탄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美 연준이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 중 일부는 소비나 실물투자를 통해 경기 회복에 기여했지만 상당 부분이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가격 앙등으로 이어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북유럽의 강소국’ 스웨덴이 섣불리 금리 인상 방아쇠를 당겼다가 당한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2010년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해 성장률은 6.6%로 이만하면 경제가 되살아났다고 판단할 만했다. 스테판 잉베스 릭스방크 총재는 경기 과열 염려를 잠재우기 위해 2010년 6월부터 7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에 체한 스웨덴 경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 이하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릭스방크는 2011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낮춰 이내 제로 금리까지 떨어뜨렸고 올 2월에는 0.0%에서 –0.1%로 역대 처음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웨덴 중앙은행 사례를 들어 성급한 금리 인상이 경제둔화와 디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래드포드 딜롱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미국이 통화긴축을 시도한 네 번 모두 심각한 경제적 재앙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딜롱 교수에 따르면 폴 볼커가 연준을 이끌던 1979~1982년 통화 긴축으로 인해 의도했던 물가 안정은 고사하고 유휴 자본과 실업증가를 초래했으며 중남미 국가들이 심각한 침체기를 맞았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시절인 1988~1990년과 1993~1994년에도 통화긴축 정책을 시행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세 번째 통화긴축은 우리가 결코 잊을 수 없는 굴욕적인 IMF사태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2004년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 당시 그린스펀 의장과 그 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조차도 미국 주택금융시장이 그처럼 취약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더 큰 염려는 디플레이션 그림자다. 중국발 경기 둔화와 원자재값 하락 불안감이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 금리 인상이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이미 저물가 덫에 걸려 있다. 현재 미국 물가는 연준이 내세운 ‘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로존 2분기 물가 상승률은 0.2%에 불과했고 영국 일본 한국도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스위스 스웨덴 대만 싱가포르 등은 아예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금번 금리 동결은 중국 요인을 가장 크게 반영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별로 높지 않다. 대중(對中) 수출이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로, 20%를 넘는 우리나라완 비교가 안 된다. 그럼에도 연준이 중국을 의식하는 것은 차이나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 하락이나 신흥국 위기 같은 간접 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500대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대에 달한다. 이로 인해 중국발 세계경제 부진이 곧바로 미국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였던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3위로 추락했다는 소식에 애플의 주가가 보름간 20%가량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날아갔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그동안 수익성이 없어 보이던 투자가 매력적으로 바뀐다. 저축 유인이 줄어 소비도 늘어난다. 겉으론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위적인 금리 조정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셈이다. 허상뿐인 경제수치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고 美 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부실한 경제분야에 대한 수술이 시급한 이유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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