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칼럼] 삼성전자의 선제적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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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칼럼] 삼성전자의 선제적 구조조정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09.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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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대응하는 일류 기업의 방식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경제 촉이 가장 발달한 사람은 누구일까? 경제학자, 경제연구소장, 투자 전문가, 한국은행장,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아닐까? 수많은 경제 분야 국가대표들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촌각을 다퉈가며 노력하고 있으나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감각을 가진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대기업회장을 들겠다.

 대기업 회장들은 천부적인 재능에 더하여 불굴의 의지 및 강한 용기로 수많은 위기까지 극복했다. 엄청난 자원과 인재들로 경제의 깊고도 먼 부분을 내다볼 수 있는 도구도 가졌다. 그런 대기업 중에서도 탁월한 일등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구조조정을 들고 나왔다. 본사 인력 십분의 일을 감원하고 내년 경비의 절반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집안 살림도 지출의 절반을 줄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하물며 수십만 명을 책임지는 대기업에서 경비를 어떻게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까?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쉽게 한 얘기는 아닐 터이므로 그 각오가 소름끼치도록 냉정해 보였으며 앞으로 국내에 어떤 냉기류가 형성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삼성을 필두로 30대 대기업 대부분이 엊그제까지만 해도 청년을 1만 명에서 2만 명까지 채용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발표했던 터라 무척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예정된 구조조정이었으나 국민과 정치권의 염원을 무시할 수 없었던 대기업들이 청년채용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 같다. 감원의 주력은 한창 돈이 필요한 40대에서 50대 사이가 될 듯하다. 그들을 감원해야 경비절감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로 쏟아져 나와 그만한 연봉을 무슨 수로 벌 수 있을까? 더욱이 요즘 같은 경제 불황기에 말이다. 티브이 드라마에 나오는 명퇴아빠들의 참혹한 생활이 더 이상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 될 듯하다.

 삼성의 구조조정은 오랜 고민에 따른 예고된 실행이었다. 국제경제가 갈수록 침체돼가고, 국내소비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돈으로 밀어붙이던 경기부양책도 그 운명을 다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인 듯했다. 개인들은 사실 믿고 따를 지침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횡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뒤늦은 발걸음일지언정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책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위기극복 이후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은 대대로 일본을 배우면서 많은 통찰력을 훈련했다. 중요 발표 때면 어김없이 일본에 건너가는데, 회장과 비서진이 총출동했다. 도쿄의 유명호텔을 통째로 빌려 한 달에서 두 달간 기약 없이 지냈다. 일본의 동향과 정세를 분석하고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고 일본이었을까? 개인적으로 그 점이 무척 궁금했으나 이제는 명확히 알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의 정서 또는 시스템과 맞지 않는데다 문화조차 생소하다. 그들의 선진 기법이나 문화를 여과 없이 접목하려다 실패를 많이 봤던 터라 우리보다 많이 앞섰지만 모든 면에서 비슷한 일본이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모습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얻었던 것이다. 삼성의 창업주와 2대 회장 자서전에 자주 등장하는 대목이다.

 그러던 삼성이 이제는 독자적인 판단과 통찰로 선제적이며 선례없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의 판단은 세계 일류 기업인 GE와 듀폰 등과 흡사하다. 그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세계 일등 사업부문도 미련 없이 매각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미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런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삼성으로선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늦은 감도 없지 않다.

 반면에 개인들은 자신이 느끼지 못한다고 위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리라 여긴다. 자기 삶과 직결되지 않는다며 큰 움직임을 무시하다간 세상흐름과 괴리된 채 주류에서 영원히 멀어질 수도 있다. 자기 삶이 소중하다면 세상의 일류들이 어떻게 배우고 노력하고 실행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앞선 방법을 돈 한 푼 안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힘들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들을 앞서거나 쫓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대기업이고 나는 일개 직장인 또는 자영업자라는 사고방식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은 알짜 계열사 및 사옥을 매각하고 총수가 사재출연까지 해가며 기업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인들도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더 강력한 경쟁력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많지 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더 나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할 여력이 생기며 냉혹한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비상한 각오로 대기업의 다음 수를 예상해보자.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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