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존경은 어머니에 대한 존경이고 딸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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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존경은 어머니에 대한 존경이고 딸에 대한 사랑이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5.08.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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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음담패설이 소규모 모임에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한 방향으로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던 때도 있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도중에도 가라앉은 차내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마이크를 잡고 음담패설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한국적인 분위기라 해도 맞을 것이다. 유머와 해학이 성에 관련되지 않으면 별로 없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음담패설을 들으면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 함께 웃고 박수를 치고 해야만 분위기에 젖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통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예전 생각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성적 농담을 해도 그만인 세상이 되긴 하였다. 제아무리 지위가 높고 부를 이루었다 해도 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 모든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좀 더 성숙하거나 사고와 지혜가 깃든 농담은 포기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세상이 점점 사유를 포기하고 감성적, 순간적 재치나 기지로만 흐르는 탓도 한 몫은 충분히 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 적응해야 한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고 강변해보아야 소용이 없다. 변화는 미래를 향한 중요한 출발이고 변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정의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래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 사고방식대로 세상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헛발질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의 돌발적인 변화를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방식으로 나무라기만 한다면 그들에게 맡길 우리의 미래는 허방이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알맞는 세상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하는 것도 기성세대의 역할일 것이다. 손대지 말라 하면 손대지 말아야 한다.

 페미니즘의 만연을 우려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굳이 묻자면 힘의 논리가 있기 전에도 페미니즘이 존재했느냐이다. 세상은 절대로 거꾸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른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언젠가는 오고야 말 것이라는 궁극적 인류의 멸망문제에 이르면 할 말이 없지만, 그렇다 해도 인류는 자신들의 행복 추구를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므로 궁극적 목표는 인류의 번영과 행복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존경은 어머니에 대한 존경이고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굳이 페미니즘이라고 몰아세울 이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가치 하락과 인간적 품위의 몰락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지도층 인사들의 지도자답지 않은 리드에 그 책임이 있고, 부의 재분배나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도 그들에게 있다. 사회가 갈 데까지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제아무리 잘 이루어져도 소용이 없다. 삶의 질이 우선 공평해지는 것이 막장에 이르지 않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막장으로 내몰리는 막장 인생을 줄이는 것이 어수선한 세상을 되돌리는 하나의 방편은 아닐까. 지위가 높아서 제 마음대로이고 돈이 많아서 제 마음대로라면, 지위 없는 자나 돈 없는 자들이라고 제 마음대로 못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천지사방이 제 마음대로인 난장판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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