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칼럼] '돈 사냥꾼' 엘리엇을 물리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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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칼럼] '돈 사냥꾼' 엘리엇을 물리친 삼성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07.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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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노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이상윤 칼럼리스트 에스와이에셋 대표
 아르헨티나, 콩고 등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협박하여 돈을 뜯었던 ‘돈 사냥꾼’ 엘리엇이 한국에 상륙했다. 2012년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엘리엇을 ‘날강도’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원망했을까?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파워를 등에 업은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피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운이 좋지 않았다. 상대가 글로벌 실력자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특성상 확률이 낮은 싸움은 시작조차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삼성과 엘리엇의 전쟁은 승부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런 어려운 전쟁을 어떻게 삼성이 압도적으로 이겨냈는지 사뭇 궁금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 경영권을 통째로 외국 자본에 빼앗길 듯한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 한몫했다. 이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분위기 때문에 소액주주들까지 대거 삼성 쪽에 섰다. 사실상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동원돼 삼성의 후계 체제 안정을 도와준 셈이다.” 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또한 "한국 대표기업이 일개 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당해서 되겠느냐" 며 "애국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이어 오랜만에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대목이다" 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쟁에서 삼성이 승리한 수많은 이유 중 앞선 순위는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며 국가경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만일 정부와 법원이 원칙대로 한다며 엘리엇에게 유리한 판단을 제시했다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 운명이 풍전등화같이 될 것이라고 정치권과 대다수 국민이 우려했다. 나는 그 점이 이번 승부를 역전시키게 된 주요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위기시에는 국가가 나서서 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 역시 같은 맥락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승기를 잡은 삼성이 그 고삐를 늦추지 않은채 국민을 상대로 (외국자본에 대항해) 도와주기를 호소한 점은 매우 좋은 전략이었다고 본다. 사실 서민입장에서 삼성그룹의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한 합병에 무슨 관심과 이해가 있겠는가. 전문가적 지식이 없다면 매우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는 오로지 애국심으로 똘똘뭉친 정부와 국민의 승리였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편을 든다고 발표한 이후 국내외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의 승리를 예상하고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삼성은 개인주주들을 일일이 만나 호소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승산있는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박 한통씩을 사들고 개인투자자 5000명을 일일이 만나고 다녔다는 사실에서 삼성의 진면목이 느껴졌다. 모든 전쟁은 사소한 잘못이나 대처에서 승패가 엇갈린다. 이번 전쟁은 디테일에 강한 삼성의 DNA가 돋보였다.

 우리는 삼성과 같은 위기극복 능력을 눈여겨 봐야 한다.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헤쳐나갈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소한 기회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치열함을 통해 승리의 확률이 조금씩 높아져감을 말이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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