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보다 더 불안한 전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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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보다 더 불안한 전세살이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06.22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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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당했을 때 반응하는 내 모습이 운명이다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매우 지치고 초라해 보이던 김승연 씨를 만난 건 3년 전 이맘 때였다. 그는 자기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사건 기록을 들여다보니 세입자 권리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내가 한 가지 묘안을 제공했다. 법원서류를 못 받은 사유를 최대한 성의껏 작성한 뒤, 조그만 음료수라도 하나 사들고 가서 공무원에게 진정으로 호소하라고. 그들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동하면 방법을 찾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방법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는 게 나의 철학이기도 했다.

 김승연 씨는 내가 제안한대로 사유를 자세히 자필로 적어 가져왔다.

 “팔순 넘은 노모가 계단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지셨다. 병원에 달려가고 우왕좌왕 하던 끝에 집배원이 왔는데, 보지도 않고 받아둔 것이다. 그리고 경황이 없던 탓에 서류를 분실했다. 그 뒤로도 서류가 왔을 텐데 노모의 병간호와 사업부도 및 생계유지를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살다보니 전혀 정신이 없었다. 그 돈은 우리 다섯 가족의 목숨과 같은 돈이다. 제발 선처를 부탁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공무원은 상황을 참작해 배당요구종기를 변경시켜줬다. 기한을 후일로 미뤄준 것이다. 하늘이 도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배당요구종기란? 경매가 시작된 후 모든 채권자와 이해관계인들에게 받을 금액을 신고하라고 정한 기한(期限)이다.]

 한시름 돌릴 새도 없이 이번에는 새로 들어갈 집을 구해야 했다. 당연히 전세나 월세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3천만 원으로 전세는 어려웠다. 집에 모아둔 돈을 긁어모아도 1천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만약에 전세기간이 만료되거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 경우 꼼짝없이 또 쫓겨나야 하는 것이다. 전세로 사는 국민 대다수가 이런 삶을 살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전세나 월세는 재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고 삶이 고착화되기 쉽다. 투자할 자금이 묶여 있거나 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조그만 변수에도 위기를 부를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큰 물결에 휘말려 천천히 빠져드는 삶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매년 높아지는 기본생활비에 눈 녹듯이 돈의 가치가 녹아 버리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집주인 때문에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소득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빚을 내게 된다. 마이너스 통장과 캐피탈 같은 제2금융권 자금까지 끌어 메우다가 급기야는 대부업체 돈까지 손대게 되는 것이다.

 김승연 씨에게 이런 설명을 하며 경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대찬성이라고 화답했다. 그 후, 인근에 지하철역 신설이 예상되는 빌라를 낙찰 받았다. 이때부터 김승연 씨는 온갖 일을 가리지 않고 해내면서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지하철 공사가 거의 끝나가면서 집값도 약 4천만 원 가까이 올랐다.

 전세금을 그대로 뒀을 때와는 판이한 결과에 모두 환호를 질렀다. 물론 그 반대 상황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모험없는 성공은 없다’ 는 격언도 있듯이 모든 상황에서 기회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신한 계기였다.

 인생은 치밀한 전략을 짜도 항상 문제가 생긴다. 타로마스터인 ‘연희동 한쌤’이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일을 당하는 게 운명이 아니고, 일을 당했을 때 반응하는 내 모습이 운명이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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