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vs 서머스,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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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vs 서머스, 누가 이길까?
  •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15.04.28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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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신의 경지에 오른 두 선수의 시합은 글로벌 최대 관심사다. 이에 못지않게 혈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최고의 두 경제학자가 있다. 바로 버냉키와 서머스다. 두 학자의 전쟁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모든 여론과 수장(首長)들이 주목하고 있다. 경제 침체 원인에 대한 해석에 따라 미국 금리 인상 시기 등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 두 사람의 싸움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면 세계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미(美) 달러와 경제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그래서 미국의 주요정책은 항상 전 세계 모든 신문의 일면 톱기사다. 미국 정책에 대한 학습을 게을리하다간 국제 정치 ‧ 경제 ‧ 외교에서 고립되기 싶다. 또한 국제 감각이 떨어지는 나라는 강한 이웃에게 언제든 굴욕을 당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이기도 하다.

 버냉키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자!)

 버냉키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로키산맥을 넘을 때 드는 차량의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산을 깍아 도로를 내는 공사에도 이익이 나올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즉, 유례없는 저금리가 모든 종류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는 뜻이다. 장기침체 상황에서 저성장 전망은 통화에 하락 압력을 가해 수출을 촉진할 것이라며 미(美) 중앙은행(Fed)의 저금리 정책을 옹호했다.

 금융위기 때 버냉키는 Fed의 권한을 이용해 달러를 무한정 찍어 냈다. 그 돈으로 전 세계로 풀린 국채를 다시 사들였다. 이렇게 돈이 풀리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다시 미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에는 달러가 넘쳐나게 된다. 돈이 많아지면 전 세계 상품과 자원을 사들이거나 금융권과 대기업에 수혈을 한다. 또 다른나라 증권에 투자하여 그 차액을 흡수할 수도 있다. 달러패권은 ‘양날의 검’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패권 야심을 가진 나라들은 자국 화폐를 세계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달러가 넘쳐나 현금이 확보되면 국민과 기업은 소비와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 남아도는 현금을 투자하기 위해 위험한 곳에도 과감하게 투입한다. 국가에서 저리(低利)로 빌려준 돈이므로 리스크가 크지도 않고 갚아야 할 의무도 없다. 정부가 보증하는 자금은 사실상 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돈잔치가 벌어지면 자연히 흥청망청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경제에 거품이 끼게 되므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버냉키의 주된 생각이다.

 서머스 (재정정책으로 경제를 살리자!)

 반면 서머스는 일시적인 ‘마약’에 불과한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는 하루빨리 철회해야 할 ‘악습’이라고 비난한다. 그 대신 단기적으로 재정지출 증대를 통해 총수요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에 관한한 미국 최고실력자인 서머스는 버냉키의 ‘헬리콥터로 돈을 푸는 방식’에 대해 금융위기 초반부터 심하게 반대했다. 통화정책은 당뇨환자에게 설탕을 공급하는 것과 같이 잠시잠깐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돈맛에 취한 경제인들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이나 개혁정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돈이 많으면 디플레이션이 될 염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돈이 많이 풀려 수입이 늘면, 물가가 내려가고 기업들은 생산 의지를 잃게 된다. 물건을 만들어봐야 원가보다 싼 가격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이 풀릴 때는 기업들이 현금장사를 하게 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거나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해 회사 재무제표를 좋게 만들려 노력한다. 불경기에 대비해 현금흐름을 좋게 가져가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기업으로선 충분히 고려할 만한 전략이므로 뭐라고 할 게 없다. 한번 망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개혁성을 모두 상실한 기업들은 좀비처럼 국가의 통화정책만 바라보고 현금을 벌어들이는 일에만 전념한다. 그래서 서머스는 국가 원동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모은 재정을 국가 기반시설과 각종 벤처 기업에 투자하여 활력을 키우라고 주장한다. 근로의욕 상승으로 인한 경제활성화는 건전한 경제흐름이기 때문이다. ‘땀흘려 일한 돈만이 오래간다’ 는 격언도 이런 면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한국경제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만일,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버냉키의 의견을 한국이 받아들인다면, 유동성이 풍부해지므로 기업들은 저리의 대출을 받아 생명을 이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산업 활동의 부진으로 투자할 때가 없는 금융, 기업, 개인은 재테크(주식, 채권, 부동산, 귀금속)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돈이 돌지않으면, 돈은 갈 곳을 모르고 경제는 불황에 빠지게 된다. 물가가 내리기만 하면 부채는 늘어나고, 생산성은 오히려 줄어드는 극심한 침체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 더 쉽게 설명하면 개인들이 대출은 쉽게 받을 수 있으므로 분양아파트 등을 구입하지만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은 줄어들거나 구조조정으로 명퇴를 당하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

 반면 재정정책은 국민세금을 거둬들이고 금리도 실제적으로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므로 초기에 극심한 공포가 몰려온다. 금융위기 때 Fed에서 유동성을 무한정으로 공급한 이유는, 리먼브러더스를 부도로 내몰자 전 세계 금융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재앙을 경험하고서였다. 시스템이 불안정하므로 시간을 갖고 조금씩 해결해 나가자는 의미였다. 실제로 대공황 때도 긴축정책과 보호무역이 원인이 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불황을 초래했고, 그 결과 제국주의를 표방한 나라들의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식 전쟁에 전세계가 휘말려 든 것이다.

 엄청난 트라우마(정신장애)가 존재하므로 재정정책만으로 세계경제를 구원하자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머스의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환자에게 마약을 제공하는 일은 한도를 정해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마약공급으로 몸이 회복될 시기를 놓쳐 갑자기 사망하게 되는 순간을 보게 될까 두려워서다. 경제는 시장참여자들의 이기적이며 경쟁적인 특성으로 돌아가는데, 오랫동안 통화정책만으로 유지한다면 더 큰 폭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깊은 고민에서 나온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끊임없는 재정확대와 금리인하라는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제로(0)’에 가까운 물가상승률과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다. 심지어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정도다. 경제상황이 답답할수록 과감한 아이디어에서 답을 찾아야 하므로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두 거물의 전쟁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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