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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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15.04.2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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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독촉장이 날아왔어. 경매날짜가 잡혔다나봐. 우리 어떡해?”
 경숙(가명)씨는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된 얼굴로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 진철(가명)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독촉장을 쳐다보았다. 호흡곤란을 느끼는지 헛기침을 계속 해댔다.
 “법원에 가볼게. 내용부터 알아봐야 겠어.”
 “대책은 있는거야, 나 못살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거야. 니가 가장이냐. 나가 죽어라, 이 등신아!”
 옆에서 놀던 네 살난 아들이 깜짝놀라 엄마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아빠를 마구 때렸다.
 “아빠 미워, 아빠 나가, 엄마집에서 나가, 여기는 엄마집이야”

 오늘따라 애기가 한 말조차 비수가 되어 심장을 후벼팠다. 휘청이는 다리를 겨우 가누고 법원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진철은 인력대행사무소를 운영했다. 처음 몇 년간은 그럭저럭 운영이 됐다. 그런데 4대보험 의무가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헌법소원이 걸리는 바람에 인력대행 업체들이 줄도산을 당했다. 진철도 포함됐다. 빚은 늘어났고, 소득은 없었으므로 모든 재산에 압류가 들어왔다. 마지막까지 갚던 집대출 이자를 못내자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현재 경매가구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불안한 경제위기 속에서 퇴출당하는 바람에 상황은 악화일로다. 한 가족의 생계는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가장의 실패는 가정의 몰락을 의미한다. 옛날에도 이런 위기에 처한 나라가 있었다.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카르타고와 싸우던 기원전 249년으로 돌아가보자. 제1차 포에니 전쟁도 어언 16년째를 맞이했다. 로마 해군은 카르타고와 가진 해전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았다. 220척 가운데 93척이 포획되고 30척이 침몰했으며, 2만 명에 이르는 병사들과 선원들이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로마인은 수영에 능숙하지 못한데다 갑옷을 입고 있어서 피해가 훨씬 컸다.

 성인남자가 씨가 말랐다. 전체 인구 중에서 17퍼센트가 줄어들었다. 손실은 인명만이 아니었다. 군선과 수송선의 손실은 로마의 국고를 탕진시켰다. 전쟁 18년째를 맞이한 로마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소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원로원과 국민은 패장을 다시 전쟁터에 내보냈다. 공화정 로마에서는 군사령관을 겸임하는 집정관에게 일단 임무를 주어 내보낸 뒤에는 원로원조차도 작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임지에서 전략이나 작전을 짜는 것도 완전히 집정관에게 일임되어 있었다. 패전 책임을 묻지 않는 것도 걱정없이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강화를 제의하거나 제의받는 것은 물론이고, 강화조건을 제시하는 것부터 강화 교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집정관에게 일임되어 있었다.

 로마와 우리의 경우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그대 남편들은 로마의 집정관들이다. 전쟁에서 한 번 패했다고 원로원과 국민들이 집정관을 내쫓거나 처형했다면 로마가 카르타고에게 승리하진 못했을 것이다. 반면 카르타고는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실패로 지중해 패권을 신흥국 로마에게 내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패장을 처형하고 권한을 일임하지 않은 지배층과 국민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임진왜란 때도 유일하게 전승을 거두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질투에 눈이 먼 선조가 잡아들여 고문을 가하고 처형하려고 했다. 역사에 만일이란 없겠지만 그때 이순신 장군이 죽었다면 이 나라 역사는 상당히 비참해졌으리라.

 가장은 무능하지 않다. 다만 실패했을 뿐이다. 실패는 병가지 상사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두 도전하다가 벌어진 일일 뿐이다. 가장이자 집정관이자 이순신 장군을 다시 한번 전쟁터에 내보내라. 따뜻한 밥과, 잘 다려진 옷을 입히고, 어린 아기의 미소어린 인사로 가장을 배웅하라. 로마와 같이 승리할 것이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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