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그들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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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그들만의 세상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5.03.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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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생각은 언어로 표현되고, 언어는 세계를 그려낸다. 생각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이며, 자신 세계의 한계이기도 하다.” 생각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정확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 사람의 세계를 알 수 있는 척도는 그 사람의 생각의 한계, 즉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의 한계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면서 언어철학자 비트게인슈타인이 초기에 주장한 그림이론(picture theory)이다. 세계는 언어를 통해 진실이거나 거짓으로 표현되는 명제로 표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와 일치되는 언어를 분석하면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이러한 이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깨달았다. 논리적 언어(진실과 거짓으로 확실히 판단되는 명제)로 설명이 불가능한 언어의 세계가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신이나 죽음 등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해서는 진실과 거짓으로 분류할 수 없으며, 설명할 수도 없다고 파악했다. 그 결과 그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를 그려내는 언어가 엄격한 논리적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깨달은 그는 “언어의 규칙은 게임의 규칙과 같다”고 이론을 변경한다. 여기서 게임이란 게임에서의 규칙이 미리 정해진 엄격한 규칙이 아니라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가기 위해 만들어진 유동적인 규칙이다. 언어의 의미나 규칙은 전적으로 언어활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그는 언어의 규칙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삶의 양식(forms of life)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언어는 제각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맞물려 있기에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삶의 양식이 다양한 만큼 언어 역시 다양하다. 그러나 다양한 삶의 양식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의사가 통용되는 것은 언어의 유사성, 즉 삶의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삶의 양식에 적용되는 규칙은 예외 없이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이 가능한 것은 가족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언어에는 하나의 공통된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쓰임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가족유사성이다.

 언어가 있기 전에 삶의 양식이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삶의 형식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거대한 언어의 게임장이고, 모두가 삶의 양식에서 합의한 규칙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공공성이 있다. 이 게임장(세상)에서 사람들은 언어로 대상을 표현하고 타자와 소통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일들을 보노라면 과연 같은 삶의 양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이들과 대화가 가능한 가족유사성이라는 규칙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도 늘 자신만만해 보이는 일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당당해 보이는 그들의 발언. 어려운 현재의 경제난을 마치 남의 일인 양 처방하는듯 한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 그룹. 국민 대다수가 증세라고 규정짓는데 증세가 아니라고 맞받아치는 정부. 북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구호와 함께 미국 대사관 테러. 토크 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로 규정짓고 감행한 폭탄 테러. 극한의 대립과 갈등이 폭력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놓고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모습…

 이 같은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이들과 삶의 형식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만 든다. 민주주의가 시끄럽다지만 저들은 저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우리는 우리만의 세상에서 사는 듯하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공통된 삶의 양식을 형성하고, 평범한 국민들은 국민들만의 삶의 양식 속에서 살고있는 것 같다. 비트게인슈타인이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봤다면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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