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으면 함께 가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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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으면 함께 가지도 못한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5.02.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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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우리는 가고 있다. 우리가 가는 곳이 아름다운 낙원이든, 신비로운 도원경이든, 아니면 발바닥이 찢어지도록 험난한 가시밭길이든, 눈밭에 차갑게 드러누운 무덤이든, 아무튼 우리는 가고 있다. 가지 않으면 어찌 하겠는가. 가지 않을 수가 없어 우리는 가고 있다.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다. 무조건 우리는 가야 한다.

 답이 사라진 세상을 탓해 무엇 하리야. 애당초 답은 없었던 것이니 어떤 답인들 어떠리야. 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허무맹랑한 답도 어김없이 답으로 둔갑하는 세상이 되었다. 답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답이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언제부터 이처럼 강력하게 성장하였을까. 답이 아니라고 분연히 일어나 새로운 답을 제시하기에는 세상은 예전과 달리 너무너무 무시무시해졌다.

 혹여 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답이 정말 답일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불쌍한 중생들은 언제 이 어렵고 복잡한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아낼 수 있을까. 꿈이다. 답은 없으므로. 내가 만드는 답은 아무리 답이라 하더라도 인정받을 수 없는 나약한 답이므로. 힘이 없는 답이므로. 동조하는 이가 있을 수 없는 처절하게 고독한 답이므로.

 답이 없는 세상을 우리는 가고 있다.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다보면 낙원을 만날 수나 있을까. 가다보면 도원경을 만날 수나 있을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열심히 가기나 하자고 스스로의 지친 발걸음을 달랜다. 가지 않으면 내일은 결코 오지 않으니 결국 우리는 불확실한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불안한 마음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시 갈 곳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왔는지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갈 곳도 알 리가 없다. 어디로 가든 가다보면 어딘가에 도착은 할지도 모른다. 정말 그곳이 낙원이거나 도원경일 수도 있다. 그러니 돌아가는 것보다는, 혹은 멈추어 서 있는 것보다는, 어디로든 가는 것이 더 희망적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간다. 무턱대고 간다. 마치 뒷전에 칼끝이라도 있는 것처럼 겁에 질려 무작정 가고 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에도 눈물이 있다고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이야 오죽하리야. 가는 곳의 모습이 무덤이거나 지옥이라면 가는 내내 얼마나 두려우랴. 그러니 모르고 가는 것이 낫기도 하겠다. 알게 되면 그 순간 미리감치 자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가자. 가지 않을 수 없으니 조용히 가자. 떠든다고 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자고 해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 산 너머에 있다하니,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강 건너에 있다하니, 믿고 가자.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함께 가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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