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일 말고 다른 할일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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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일 말고 다른 할일이 있으면 좋겠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11.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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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가벼워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가벼워진다.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거품처럼 가벼워진다. 대한민국도, 대한민국의 국민도, 모두 가벼워진다. 몹쓸 것을 비워서가 아니다. 버릴 것을 버려서가 아니다. 무게중심을 잃어서인가. 믿을 만한 꿈이 멀리 달아나서인가. 이유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톱니바퀴가 풀어진 기계다.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수리공도 팔짱을 낀 채 바라만 보고 있다. 수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리를 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같지가 않다.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해도 별로 좋은 일이 있을 성 싶지도 않다.

 세상이 잘 돌아갈 때에는 흥청망청 해도 별로 탈 잡는 이 없었다. 마구 부시고, 짓고, 웬만해도 부시고, 짓고, 사정없이 파헤치고, 마음대로 수정하고, 돈이 넘치니 일단은 쓴다 해도 별로 흠 될 일이 없었다. 미래의 꿈은 크고, 계획은 원대해서, 모두가 멋진 지도자이고, 보랏빛 청사진이었다.

 모든 돈들이 시궁창에 빠져버렸다. 삽시간의 일이다.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으니 누구도 책임질 일이 없다. 빛나리라던 업적들도 모두 시궁창에 빠져버렸다. 자랑은 사라지고, 미래는 오리무중이고, 희망마저 시들고 있다. 시궁창에 빠져 썩어버린 돈들을 쳐다보면 그저 기가 막힌다.

 화려한 도시계획은 모조리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거대한 신도시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다리들, 꿈의 지하철망, 그것들도 시궁창으로 빠진 것일까. 애꿎은 시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찾을 수나 있을까. 찾는다고 하소연이나 할 수 있을까.

 시궁창을 청소하면 썩은 돈의 일부라도 건질 수는 있을까. 시궁창 없이 사는 일이 앞으로 가능하기는 할까. 이것도 옛날의 보리고개라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굶을 수는 없으니 일어서야지. 내 욕심만 챙긴다고 좋은 세월 되는 거 아니니 조금 더 참아 봐야지.

 참는 일 말고 다른 할일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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