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진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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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진실을 찾아서...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4.10.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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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의 유명 작가 조지오웰이 쓴 ‘1984’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대목이다. 1948년 조지오웰이 그린 36년 후의 세계는 오세니아와 유라시아, 동아시아 등 3개의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국가는 분쟁지역 놓고 끊임없이 전쟁을 치른다. 책 속의 오세니아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이라는 대형 화면이 설치돼 있어,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을 24시간 감시하고 통제한다. 책속에서의 오세니아는 존재를 알 수 없는 ‘빅 브라더’를 정점으로 절대권력을 가진 당원이 지배하는 나라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윈스터 스미스는 오세니아 정부의 진리부(Ministry of Truth)라는 곳에서 일을 하는 내부당원이다. 진리부는 과거의 모든 저작물을 현재 시점에 맞도록 완벽하게 조작하고 확대 재생산 해내는 부서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한 염증과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미모의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금지된 나라에서 이들의 사랑 행각이 발각되면 목숨 부지는 불가능하지만, 서로는 정서와 이념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랑에 빠진다. 숨죽여 사랑을 나누면서 이들은 내부 당원인 ‘오브라이언’이 조직한 지하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하게 된다. 이들은 형제단이 준 ‘그 책(The Book)’을 통해 당의 거짓과 불합리성, 인간성 말살을 확인하고 깊은 저항감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이들은 아무도 그들만의 비밀장소라고 여긴 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났을 때, 방안의 액자를 통해 “너희들은 죽었다”라는 소리가 나오면서 액자 안에서 감시용 텔레스크린이 나타난다. ‘오브라이언’이 설치한 덫에 걸린 것이다. 결국 이들은 애정부(Ministry of Love)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빅 브라더‘를 사랑한다는 세뇌를 받는다. 그 후 이들은 사형 집행 날만을 기다린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 어찌하여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天知地知我知汝知 何謂無知)” 중국 후한(後韓) 말 양진(楊震)이 뇌물을 건넨 왕밀(王密)을 꾸짖으며 던진 말이다. 양진은 어려서부터 무척 총명했지만 벼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직 심신을 수양하고 공부에만 열중했다. 그러던 중, 후한 말에 이르러 외척과 환관이 권력을 장악하고 정권을 유린 할 당시 50세 나이에 이르러 벼슬길에 올랐다. 주변의 강력한 추천이 벼슬길에 오르게 한 것이다. 나라의 우환이 끊이지 않을 당시 양진은 동래태수로 임명돼 임지로 부임하게 됐다. 임지로 향하던 중 날이 어두어지자 양진은 창읍이라는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됐다. 당시 창읍의 현령을 맡고 있던 왕밀이 인사차 양진을 방문했다. 양진이 형주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 왕밀의 학식을 높이 보고 무재(茂才,관리등용시험)에 합격시킨 뒤 관리로 추천했다. 이후 왕밀은 양진을 은인으로 여겼다. 양진은 그러한 왕밀의 방문을 기쁘게 맞았다.

 둘의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왕밀은 조용히 황금 열근을 꺼내 양진 앞에 내놓았다. 왕밀은 “태수 어른께 드리는 저의 작은 성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양진은 “나는 당신을 관직에 추천해 당신을 잘 알고 있지만, 당신은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황금 열근은 왜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왕밀이 답했다. “이제 밤이 깊어 어두워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안심하고 받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양진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알고 네가 아는데...어찌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가”하면서 왕밀을 나무랐다. 왕밀은 부끄러운 마음에 양진 앞에서 물러났다. 이후 양진은 부정부패를 엄단하고 치세에 노력했지만, 결국 한관들의 모함으로 사약을 마시고 죽게 된다.

 #육군 17사단장이 여자 부사관을 5차례나 성추행하다 긴급 체포됐다. 창군 이래 최초로 장성급이 체포된 것이다. 여자 부사관은 이미 성폭력에 시달리다 부서를 옮겼지만 사단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추행을 일삼았다. 사단장은 조사 과정에서 성추행 일부는 인정했지만,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세월호 유가족 일부와 국회의원이 가담된 대리기사 폭행 역시 많은 사람들의 증언과 cctv에도 불구하고 혐의 일부가 부인되고 있다. 세월호 일부 유족과 국회의원은 쌍방폭력이라며 주장하고 있는 양상이다. 유병언 금고지고로 알려진 김혜경씨 역시 검찰이 공소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조세포탈과 부동산실명제위반 혐의와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회사돈을 들여 유씨의 사진을 고액으로 사들이고 구원파 자금을 빼돌려 자신이나 친ㆍ인척 이름으로 부동산을 산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건들의 총체적 진실 규명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들의 양심적 고백 없이는...

  #과연 조지오웰이 ‘1984’에서 묘사한 ‘빅 브라더’가 통치하는 세상에서만이 총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 것인가. 모든 것이 텔레스크린으로 확인되고 오직 감시자들만 득실거려야만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인가. 이렇게 되면 너무 끔직하지 않은가. 차라리 양진이 왕밀을 향해 호통 친 사지(四知)에 기대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자칫 총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사건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양심의 가치는 상실되고 쾌락과 권력, 물질에만 더욱 높은 가치가 매겨지는 세상에서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뒤 돌아봐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의 한 대목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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