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는 小를 위해서만 존재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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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는 小를 위해서만 존재의미가 있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4.09.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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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아라 칼럼'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금강송의 장엄한 모습을 담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주변의 또다른 금강송과 잡목들을 베어냈다는 어느 사진작가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담기 위해 애먼 자연을 아무렇게나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그 사진 작품은 장 당 그가 낸 벌금보다 비싸게 팔렸다고도 한다. 그 사진작품은 보는 이들 모두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경이로운 환경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을 법도 하다. 억지로 용납하자면, 일부의 작품 구도상 거추장스러운 나무들을 쳐내긴 하였지만 그보다 더 큰 메시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 이해할 수도 있기는 하겠다는 것이다.

 기사의 핵심은 대왕송의 위의를 찍기 위해 주변의 신하송을 모조리 베어버렸다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자연훼손이라는 것이지만, 필자는 약간 다른 관점으로 이 기사를 해석하고자 한다. 이른바 大를 위하여 小는 모조리 희생시켜버렸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일지는 몰라도 이 시대에 팽배한 대단히 위험한 사고의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거대한 것을 위해서라면 사소한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대의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 민족과 국가, 사회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잘한 아픔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런 사고가 만약 이 땅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렸다면 이는 참으로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약한 개인의 한 사람으로써 허무해지고 참담해짐을 금할 수가 없다.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조직들, 이른바 개인들의 집합체인 사회나 국가는 본질적으로 본래의 작은 개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대의명분이라는 것 역시 구성원들의 안전과 이익이 기본이 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그래서 개인들 중 누구 하나도 불쌍한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거대 조직의 할 일이다. 거대 조직이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소속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아픔을 모른 체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거대화만 이루어지면 곧바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건강한 모습이 아니다. 그 권력을 외부세계에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존재의미인 소속 개인들에게 휘두른다면 이 역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대한 大를 위하여 왜소한 小가 희생당하고 무시당하는 세상이 아니라, 小를 위하여 大가 존재한다는 당연한 본질을 잊지 말아달라는 주문이 왜 이다지 어려운 일인지 아리송하고 궁금하다. 이미 본말은 전도되고도 남았다는 느낌이 웬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몇 개월 동안 개인들의 아픔이 너무 많았다.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한 개인들의 희생이 줄을 이었으며, 그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국민적 자존심까지 뭉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거대 국가조직의 위의를 위해 개인의 아픔과 희생을 한시라도 빨리 덮으려는 움직임도 느껴진다.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 아픈 개개인이 주인인 국민의 나라이다. 大를 위해 小의 아픔과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小를 위해서만 大는 그 존재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대단히 자연스럽게 변해버린 본질의 변화가 하수상하다.

 ◇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외.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아라문학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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