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지 않은가
상태바
학(鶴)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지 않은가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6.08.19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수 기자
 중국의 춘추시대 때, 위나라 의공(懿公)은 술과 여자에 빠진 채 백성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의공은 더 쾌락적인 향락을 즐기기 위해 궁 안에 동물원을 만들고 각종 동물들을 구입했다. 그 중에서도 의공은 학(鶴)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했다. 의공의 학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백성들에게 알려지자 백성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학을 잡아 의공에 바쳤다. 학을 의공에게 바치면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높은 벼슬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궁 안에는 학이 넘쳐났다. 물론 학을 사육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학을 사육하는데 드는 비용을 흉년으로 힘들어하는 백성을 위해 써달라는 탄원도 잇따랐다.

 그래도 의공은 백성들의 원성을 묵살했다. 심지어 의공은 학에게 관직을 주기도 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국방부 장관과 같은 대장군의 품계를 내리기도 했다. 의공이 행차할 때는 맨 앞에 학을 세워 기품을 뽐내기도 했다. 의공의 학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학을 사육하는 사육사의 서열도 정해졌다. 자연스레 사육사들 간의 권력 암투가 발생하는 현상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헐벗은 백성들의 원망은 깊어만 갔다.

 사치와 향락, 학에 대한 사랑에 빠져 국정이 소홀해지자 중국 북부에 퍼져있던 적(狄)족이 위나라를 침공했다. 적족의 침공이 도성 가까이 이르자 의공은 군대를 소집했다. 그렇지만 백성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학을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더니 적군이 쳐들어오자 군대를 소집한다고? 높은 관직을 준 학으로 하여금 군대를 만들어 적을 방어하라”며 백성들은 외면했다. 하찮은 백성들을 모아 군대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백성들의 자연스러운 반발이었다.

 그때서야 의공은 어리석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위나라 중신의 뜻을 따라 학을 모두 날려 보내고 학을 위해 모아두었던 창고의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의공은 군대의 선봉에 서겠다고 공포했다. 적은 수지만 군대가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기세가 등등한 적족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공은 결국 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나라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 그래도 백성들은 의공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군주를 찾아 왕으로 세웠다. 그래도 수세에 몰리자 결국 춘추시대 패왕을 자처하는 제나라의 도움을 받아 나라의 명맥만 겨우 유지하게 됐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놓고 뒷얘기가 많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회전문식 인사라든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굳은 신뢰. 거기에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의 호화스러운 식사까지도 민초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폭염 속에 전기 누진세가 무서워 에어컨조차 맘껏 틀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냉담한 반응은 민초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집권 초기부터 청와대 문고리 세력과 친박의 안하무인격인 언행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민초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주는 것이 그리도 힘이든가. 1년 조금 넘게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측근의 그늘 속에 나와 민초들의 한숨 섞인 호소를 듣고 민초들과 함께했으면 정말 좋겠다. 학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