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누굴 위한 정치인가
상태바
[이영수 칼럼] 누굴 위한 정치인가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5.07.12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여개 제후국(諸侯國)들 사이에 도덕률조차 지켜지지 않던 중국 전국시대는 진(秦)나라를 중심으로 7개 제후국으로 정리되면서 그야말로 살벌한 약육강식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오직 힘있는 제후국만이 살아남는 시대였다. 우후죽순으로 제후국들이 늘어난 원인은 1000여년 동안 중원을 지배해 오던 주나라가 몰락하면서부터다. 거미줄처럼 엉킨 복잡한 형국에서 7개 제후국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기기묘묘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강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힘없는 나라들이 힘을 합쳐 강자에 대항해야 하는지, 아니면 강자의 보호 속에 살아야 하는지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했다. 힘없는 약자가 강자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최대 강자가 힘없는 약자를 하나하나씩 먹어치우는 상황이었다.

 힘없는 약자들이 강자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친 합종책(合從策)이 등장했다.
제나라 귀곡선생(鬼谷先生)밑에서 수학 한 소진(蘇秦)이 세상에 나와 펼친 정책이 바로 합종책이다. 그러나 그가 7국 사이에 가장 힘이 센 진나라로 찾아가 제시했던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연횡책(連衡策)이었다. 진나라가 나머지 6국과 개별적인 동맹을 통해 진나라에 대항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 후 하나하나씩 제후국들을 진나라에 무릎을 꿇게 만들어 천하를 통일하자는 것이 소진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진나라 혜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소진은 연횡책을 포기하고 연나라를 찾아 합종책을 제안했다. 연나라가 처한 경제와 군사력, 주변 국가들의 포진 상태를 조목조목 설명한 뒤 합종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연나라 문후는 그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이후 소진은 이웃한 조나라에 이어 한나라와 위나라, 초나라, 제나라 등 6국과 합종을 성사시켰다. 6국의 재상이 된 소진의 합종책으로 진나라의 중원 진출을 15년 동안 막을 수 있었다. 약자가 힘을 합쳐 최강자에 맞서 자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합종책으로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고 있는 동안 진나라를 중심으로 중원을 통일해야 한다는 이가 나타났다. 그가 바로 연횡책을 내세운 장의(張儀)였다. 귀곡선생 문하에서 동문수학했던 소진이 합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을 무렵 장의는 자신의 뜻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장의는 소진을 찾아 도움을 청했지만 소진으로부터 멸시만 당했다. 치욕감을 느낀 장의는 진나라를 찾아 자신의 뜻을 펼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장의가 진나라를 찾아 먼 길을 떠나는 동안 그에게 밥값은 물론이고 모든 여비를 지불해주는 사내가 있었다. 장의와 동행한 사내는 소진의 식객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장의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장의는 마침내 진나라 혜왕을 만나 연횡책을 설파했다. 연횡책을 받아들인 진나라 왕은 즉시 장의를 재상으로 앉혔다. 그렇게 중책을 맡게 된 장의는 자신을 도와준 사내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려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소진 어른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소진 어른은 진나라가 6국 중 한 개 나라를 공격해 몰락시킬 경우 어렵게 성사시킨 합종은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모욕을 줘 진나라에 들어가 등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장의는 소진이 있는 한 합종책을 깨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소진이 죽자 장의는 연횡책을 펼쳐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요즘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편 가르기로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는 듯하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 야당은 야당대로 친노와 비노.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여당의 비박 세력 중 일부와 야당의 비노 세력 중 일부가 합치는 것이 아니냐는 소설 같은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라는 서슬퍼런 발표에 여당의 원내대표는 버티다 대표직을 사퇴했다. 순간 친박의 승리로 보여졌다. 그렇지만 사퇴한 원내대표가 여권 내 대통령 지지 여론조사에서 1위로 등극했다. 대통령과 맞짱(?)뜬 결과일까. 하지만 친박과 비박 사이의 갈등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내년도 총선에서의 공천권도 어떻게 방향을 틀지 미궁에 빠졌다. 야당 역시 혁신위의 발표에 반발해 주요 당직자 50명이 탈당했다. 친노패권주의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당 창당설이 눈앞에 와 있는 듯한 모양새다. 이러한 정치권의 혼돈 속에서 국민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종이나 연횡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민국 헌법 1조2항에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묻고 싶다. 국민을 위한 합종연횡인지, 정치인 자신을 위한 것인지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