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언제까지 광장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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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언제까지 광장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가?
  • 이수현 前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실습지도교수
  • 승인 2019.10.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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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이 35일 만에 퇴임하였다. 그러나 지난 두 달의 기간은 그야말로 혼돈의 시간이었다.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광장으로 거리로 촛불과 태극기의 집회 대결이 벌어지고 세 대결이 치열하게 나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촛불집회와 이에 맞불 성격의 3일 광화문 광장과 시청 일대에서 열렸다.

방통대 이수현 실습지도교수
이수현 前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실습지도교수

‘광장’이 갖는 본래 의미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광장의 시초로 불리고 있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아고라(agora)는 민회(民會)나 재판, 상업, 사교 등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와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아고라는 오늘날 참여와 소통이라는 직접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자각이 현실 정치에서 배신당할 때, 즉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누적된 분노는 주기적으로 광장에서 표출돼 왔다. 광장민주주의의 표출은 그때마다 역사의 물꼬를 돌려왔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볼 때에도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에 의한 4·19 민주혁명, 와이에이치(YH)무역 농성·김영삼 국회의원 제명에 따른 부마항쟁, 12·12 사태로 대표되는 신군부의 등장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를 무시한 독재적 행태에는 어김없이 광장에서 거리에서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하지만 광장에 모인 사람들로 인해 민주주의가 빛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군중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빈도는 그 나라의 대의민주주의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용될 수 있다. 세계에서 대의민주주의가 가장 수준 높게 실천되고 있는 민주국가들은 모두가 광장에서 군중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빈도가 매우 낮은 나라들이다. 광장에 사람이 모여들수록 대의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정치인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촛불·광장의 정치는 대의민주주의의 하나의 보완적 성격일 뿐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들이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법치주의 각종 제도가 오작동하는 상황에서 국민은 집단적 주권 행위에 나서는 광장민주주의 너머에 대한 고민은 제도정치의 실패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광장에서 온갖 요구가 나오더라도 결국 해결은 제도 정치권에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광장의 요구를 수렴해내지 못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갈등 해소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속 확장시키면서 광장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모두가 광장에 모일 수는 없다. 정당과 노조, 시민단체 등이 더 활성화돼 시민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풀어주고 좋은 정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촛불과 태극기는 다른 광장과 달리 진보와 보수의 세대결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지금은 정치의 양극화가 너무나 위험한 상태여서 어떻게든 풀어야 할 단계이다. 더 이상 국민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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