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인천신문 김철한기자]1991년 오늘 관능미를 곁들인 남녀 간의 갈등과 소박하고 낭만적인 인도주의의 세계를 부담 없는 문장으로 그려 대중적 공감을 얻은 소설가 정비석이 사망했다.
초기에는 주로 여성의 애정 윤리를 다룬 대중소설을 썼고 만년에는 역사소설을 집필했다. 그의 대표작인 자유부인은 신문 소설의 윤리성과 창작의 자유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며 대중소설 작가의 위치를 굳혔다.
▲등단
그의 본명은 정서죽으로 1911년 5월 21일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1929년 6월 신의주 중학교 재학 중 신의주 고등 보통학교 생도 사건으로 검거되어 치안유지법 위반과 불경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일본에 유학해 니혼 대학(日本 大學) 문과를 1932년에 중퇴하고 귀국하여 1935년 동아일보에 시 ‘여인의 상’ㆍ‘저 언덕길’ 등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졸곡제’가 입선하고, 다음 해 단편 ‘성황당’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저기압’ㆍ‘이 분위기’ㆍ‘삼대’ 등의 작품을 통해 현실에 대한 지식인의 고민과 사상적 갈등을 그렸고 ‘강태공’ㆍ‘귀불귀’ㆍ‘고고’ 등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한 작품과 소박하고 친근한 인물의 등장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관능성을 표현한 ‘애증도’ㆍ‘자매’ㆍ‘제신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자유부인
그는 8·15 광복 후 연재소설 ‘파계승’ㆍ ‘호색가의 고백’ 등 일련의 애욕 세계를 거쳐 1954년 ‘자유부인’에 이르러 대중소설 작가의 위치를 굳혔다. 대표작 ‘자유부인’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의 퇴폐 풍조를 날카롭게 그린 세태 풍속 소설로 당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황산덕과 '자유부인 논쟁'을 불러일으켜 사회 문제로까지 비약되었다. 또한 신문 소설의 윤리성과 창작의 자유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며 낡은 윤리가 해체되고 새로운 윤리가 형성되는 과도기의 특징을 내포한 뜨거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는 1950년대 ‘여성 전선’ㆍ‘민주 어족’ㆍ‘산유화’ㆍ‘홍길동전’ㆍ‘유혹의 강’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해 많은 독자를 거느린 대중적 인기 작가로 군림했고 1960년대에도 계속해서 장편 ‘여성의 적’ㆍ‘인간 실격’ㆍ‘욕망 해협’ㆍ‘에덴은 아직도 멀다’ 등을 연재, 발표했다.
이후 현대물보다는 주로 역사물이나 중국 고전을 새롭게 고쳐 쓰는 일에 몰두하여 ‘명기 열전’ㆍ‘이조여인의 사화’ㆍ‘민비’ 등의 역사소설과 ‘한국경제신문’에 1981년 6월 2일부터 1989년 7월 23일까지 8년여 동안 잇따라 연재한 ‘손자병법’ㆍ‘초한지’ㆍ‘김삿갓 풍류 기행’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1961년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부위원장과 1965년 방송윤리위원, 1971년 한국 라이온스클럽 총재를 역임한 정비석은 1991년 10월 19일 새벽 5시 자택에서 숙환으로 사망했다.
▲친일 행적
1940년 매일신보 기자로 재직하면서 일제의 육군 지원병 훈련소를 체험한 후 '조선의 청년들이 모두 체험하면 조선에는 광명이 비칠 것이다.'라는 글을 기고했고 수필 ‘국경’에서 “내가 살고 싶은 곳은……이 내 나라 일본밖에 ……이 지구 상의 단 한 곳의 낙원……조국 일본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1941년 7월 조선 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용산 호국 신사 어조 영지 공역 봉사에 참여했고 1943년 2월 국민총력 조선연맹이 조선 신궁에서 개최한 연성회에, 4월에는 일본 남방 종군작가 이노우에 고분과 우에다 히로시 환영회, 5월에는 내선 작가 교환회, 6월에는 제1회 조선군 보도 연습에 참여했으며 친일 문인단체 조선 문인 보국회 서설 희곡 부회 간사로 선임되어 일본의 정책에 협력했다.
이 같은 그의 친일 행적은 ‘일제 강점하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1·13·17호에 해당하는 친일 반민족 행위로 규정되었고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문학 분야에 포함되었다.
*출처: 다음 백과 /두산 백과 /온라인 커뮤니티 /위키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