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아동학대방지 추경 212억 원 전액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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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아동학대방지 추경 212억 원 전액 삭감
  • 고상규 기자
  • 승인 2020.10.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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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피해아동 쉼터 설치·운영 33억 원, 아동학대피해자보호·지원 34억 원 등 전액 삭감
 매년아동학대건수 통계표. / 출처=통계청 KOSIS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서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화재로 이어지며 최근 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사회적 안타까움이 이어졌지만, 사실상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30일 국회 허종식 의원실(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따르면 2021년도 보건복지부 예산 중 아동학대방지 추가요청예산 212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세부 내용으로는 학대피해아동 쉼터 설치·운영 33억원, 아동학대피해자보호·지원 34억원, 아동정책조정·인권증진 132억원, 아동권리보장원 운영지원 12억원의 예산이 잘려나갔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해 3월 업무보고를 통해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쓰지 않고 일반예산에서 아동학대관련 사업비를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아동학대방지 관련 예산 총 467억원 가운데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은 77억원,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283억원으로 77.4%가 보건복지부 일반회계가 아닌 기금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금에 의존하는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매년 증가하는 아동학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공통적 의견을 보였다.  

허 의원은 "아동학대 관련 업무는 2014년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로 환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보건복지부의 공식예산 항목으로 편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동학대방지는 상시적 보호체계가 가동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에 따른 인력 확충과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삭감된 추가 예산의 사업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동학대피해자 보호 및 지원사업 예산,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을 위한 아동학대근절 및 보호필요 아동 지원사업 예산,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 전문 콜센터 설치·운영사업 예산 등 아동 학대예방사업과 관련된 예산들이 주를 이뤘다.

현재 국내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총 68곳이 있다. 1개 기관이 책임지는 아동수는 11만2924명이고 1인 종사자가 담당하는 아동수는 6278명에 달한다. 68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상담원 숫자는 920명, 1인당 평균 사례관리 수는 64건으로,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사례 수인 17건의 4배 수준이다.

유럽 등에서는 출산 이전 단계에 시작해 아이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조를 이뤄 가정을 방문, 아동의 건강을 확인하고 양육에 대한 도움도 주는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가 일반화 돼 있다.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 교육하고 학대를 미리 예방하는 부모교육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부모교육 시스템을 통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2014년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 종합대책, 2016년 아동학대 방지 대책, 2018년 아동학대 방지 보완대책, 올해에는 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 등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안을 들고 나왔지만 정작 이에 필요한 예산 마련되지 않고 있다.

21일 오후 장례식장을 찾은 허종식 의원이 취재진들과 향후 방안 등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인천 라면형제 동생의 장례식장을 찾은 허종식 의원이 취재진들과 향후 방안 등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 의원은 "이러한 종합대책은 예산 확보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아동학대예방방지 대책들은 다시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만 나면 떠들썩했다가 결국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이제껏 계속되는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져 왔고 이제 정부는 아동 문제를 가정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으로 받쳐줄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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