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최저임금과 생계비
상태바
[시사칼럼] 최저임금과 생계비
  • 미디어인천신문
  • 승인 2019.07.22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현 前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실습지도교수

2020년 최저임금 시급액이 표결 끝에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인상률 2.87%는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5%와 물가상승률 1.1%를 합한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해당 수치(3.6%)만큼 임금이 올라도 실제 구매력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이보다 작은 치저임금 인상은 실질임금 수준으로는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통대 이수현 실습지도교수
이수현 前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실습지도교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 등 2년 동안 29%가 올랐으나 3년차엔 2.87%로 급락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9월~1999년 8월 치에 적용된 2.7%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치에 적용된 2.75%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서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 때 근로자의 생계비 기준을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고려하고, 가구생계비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최저임금산정방식의 문제점이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전제이다.

한국노동패널 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의 95~105%선을 받는 근로자가 가구의 ‘핵심소득원’인 비율이 78%다. 용돈벌이가 아니라 사실상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근로자의 생계비는 근로자의 가구 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오랜 요구다.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반영하는 현행 산정방식은 최저임금이 근로자 생계 보장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최저임금을 정할 때 가구 생계비를 활용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2019년 ‘실제’ 최저임금은 시급 8,265원, 월환산금 1,727,385원으로 전체 노동자 가구 평균생계비 2,862,273원 대비 58%에 불과하며, 심지어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 1,933,957원에도 못 미치는 86% 수준으로,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 도모’라는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충족시키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최저임금 노동자 대다수가 3∼4인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가구 생계비를 적정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

헌법과 최저임금법이 정한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는 ‘최소한의 물질적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수준의 액수가 되어야 한다.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 최저임금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명확한 과제이며,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통해 저임금노동자 가구의 생계안정과 소비증가, 내수진작,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