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18회 추석 외국인 체육대회를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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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18회 추석 외국인 체육대회를 열면서...
  • 방글라데시 외국인선교회 대표 김 성 수
  • 승인 2018.09.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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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 오늘 외국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을 낳아준 국가의 명예를 걸고 한판 대결을 겨루는 날이다.

바로 한국의 추석날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리운 고향으로 일가친척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정담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지만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다문화 가족들에게는 고향이 있지만, 고향에 갈 수도 없는 안타까움과 연휴 동안 마땅히 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방글라데시 외국인선교회 대표 김 성 수

이러한 외국인들의 고민으로부터 추석 외국인 축구대회는 시작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1년 7월 인천 남동공단에서 외국인 근로자 사역을 처음 시작하였다.

추석을 한 주간쯤 앞두고 외국인 기숙사를 방문했다. 그들에겐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다음 주 추석인데 1주일 동안 기숙사에서 뭐 하고 지내냐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이 보니 한국 사람들은 회사 문을 닫고 모두 고향으로 가거나 일가친척들을 만나러 가는데 외국인들은 오갈 데가 없어 답답한 기숙사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 국가별로 “축구대회”를 개최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제1회 추석 외국인 체육대회에는 10여 개국에서 150여 명이 참석함으로 시작된 것이다.

추석 명절이라 어디 음식 주문할 때도 없어서 방글라데시 음식을 주메뉴로 식사를 준비했는데 방글라데시 근로자들 몇 명이 행사 전날 온종일 100명이 넘는 음식을 만들어 냈다.

스테인리스강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200여 개의 식판은 모 교회에서 빌려왔다. 수량도 많았지만, 그 무거운 식판을 밤늦도록 설거지하느라 고생했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시작한“추석 외국인 축구대회”가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것이다.

매 해 년마다 3개월 전부터 준비모임을 갖고 운동장 예약부터 시작해 스텝들과 봉사자들을 모집하고 매주 모여 본격적인 준비체제에 돌입한다. 국가별 담당자를 지정해 홍보를 시작하고 5개 경기종목을 홍보하고 후보 선수들을 모집한다.

경기 주 종목은 축구이지만 필리핀은 농구가 주 종목이 되고,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인도는 크리켓이 주 종목이 된다. 이처럼 축구로 시작했지만 국가별 선호하는 경기를 하다 보니 경기종목이 여러개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날 참석한 600여 명의 외국인과 각국 선수들은 자국의 명예를 걸고 따가운 햇살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공이 골문을 통과할 때마다 각국의 함성과 아쉬움이 터져 나온다. 오전 8시부터 본 운동장에서 축구경기가 시작되고 풋살, 크리켓 경기는 9시 시작이고 농구와 배구는 10시가 되어서야 경기장별로 시작을 한다.

오늘의 최종 결과는 오후 5시 시상식에서 알 수 있다. 각 경기별 등수가 정해지고 선수들에게 시상품과 상패를 준다. 이날 최고의 순서는 뭐니 뭐니 해도 15대의 자전거 경품 시간이다.

오전 8시부터 1시까지만 주어지는 행운권은 자전거를 받을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오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행운권을 받을 수 있지만, 생필품만 받을 수 있고 자전거 경품에는 제외된다.

그리고 참여한 600여 명의 모든 사람에게 개인적인 기념품이 하나씩 지급되고 오늘은 특별히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후원으로 의료 구급함과 비타민이 추가로 500여 명에게 추석 선물로 전달되었다. 이렇게 하여 오늘의 모든 체육대회 행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더없이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한국 땅을 밟은 이방 나그네들을 위한 추석체육행사는 한국에 대한 추억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본국에 돌아가서도 평생 잊지 못한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본국으로 귀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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