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두운 지하공간을 밝히는 모두의 안전의식
상태바
[기고] 어두운 지하공간을 밝히는 모두의 안전의식
  • 인천 부평소방서 정병권 서장
  • 승인 2017.12.20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위해...

인천부평소방서 정병권 서장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위해 지하철로 발길을 옮기거나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오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지하공간은 단순히 어두컴컴한 느낌보다 어느 일상적인 생활공간의 일부로 생각될 만큼 익숙한 공간이다.

원시인류가 비바람을 피해 자연동굴을 생활 터전으로 살기 시작한 이래 문명과 과학기술이 고도화 된 지금은 지하공간에서 조명시설과 온도·습도 등을 통제하는 공조설비 덕분에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부족한 지상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점차 지하로 공간을 내면서 대형 상업시설이나 주차장 조성 등 생활시설 용도로 활용된다.

 옛 말에 牛飮水成乳(우음수성유) 蛇飮水成毒(사음수성독)란 말이 있다. 같은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뜻으로 같은 공간도 우리가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쓰는 밝은 지하공간이 화재 현장으로 변하면 가장 어두운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지하 공간에서 화재 발생 시 차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공기의 공급이 부족해져 연소가 불완전하게 되어 다량의 연기를 발생하고 산소결핍 현상이 동반되면서 폐쇄 공간이기 때문에 대기중으로 연기와 열의 배출이 어려워 장기간 진행 시 진한 연기와 열기가 축척 돼 현장이 더욱 악화된다.

 또 지상의 점포의 용적에 비해 지하공간의 용적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유출된 연기가 빠른 시간 내에 지하 공기를 오염시키고 인근 점포로 빠르게 연소 확대 될 수 있다.

특히 지하공간은 구조 특성상 화재로 인한 연기 및 유독가스의 유동방향이 피난자의 피난방향과 동일해 피난 장애요인이 발생하고 연기로 인한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 그 어느 장소들보다 지하공간은 선제적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가 절실한 곳이다.

 우리 부평구에서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이 만나는 부평역 일대 지하에 위치한 부평지하상가(부평모두몰)는 국내 최대 규모는 물론 세계 기네스북에 ‘단일 면적 세계 최다 점포 수’라는 기록으로 지난 2014년 등재됐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쇼핑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찾는 쇼핑 공간인 만큼 쇼핑몰 관계자들이 안전제일의 자부심으로 화재 등 재난발생 제로화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공은 어떤 대단한 장비였기보다 올바른 화기사용 수칙을 지키고 퇴실할 때 전원을 차단했던 작은 실천을 통한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안전의식이 모였단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 부평구에서 발생한 주요 화재 원인은 음식물 취급 부주의, 담배꽁초 투기 등으로 인한 부주의가 52%, 전기적 요인이 25%, 기계적 요인이 13%순으로 나타남에 따라 결국 충분히 주의하였다면 상당 부분은 피해로 인해 놀란 마음과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화재 예방은 고가의 소방시설도, 숙련된 기술자도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 화재가 ‘나는 것’이 아닌 ‘내는 것’으로 생각을 전환해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두고 경각심을 가진다면 이번 겨울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