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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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 고상규 기자
  • 승인 2017.12.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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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11일 오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정됐지만 업계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12일 권익위가 이날 의결한 음식물‧선물‧경조사비 가액범위 조정 내용을 보면, 식사비(음식물)의 가액범위는 현행 상한액인 3만원을 유지키로 했다. 선물 가액범위는 현행 상한액 5만원을 유지, 단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에 한정해 10만원으로 조정하면서 사실상 상향 조정됐다.

경조사비에 대해선 가액범위는 축의금‧조의금의 경우 현행 상한액 인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다만 화환‧조화의 경우 현행대로 10만원까지 가능케 했다. 종전부터 제기된 화훼업계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농축업계는 이번 조정이 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원칙 없는 수정이라는 얘기다. 최근 한우의 경우 이번 조정된 10만원으로는 불고기용 정도 밖에 안되는 것으로 그 이상의 선물용은 공급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시장물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업계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형평성을 이유로 들어 재 개정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요식업계의 반발로 식사비 상한액(3만원)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부터 나오던 불만이며,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사례도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요식업계는 시행초기인 지난해 9월 식사비 상한액을 최소 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왔다. 2003년 기준으로 상한액이 책정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 한국외식산업연구원도 매출 영향조사를 실시해 외식업자의 73.8%가 법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게 되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 등으로 인해 김영란법 재개정이 불가피해 질 수도 있다. 자칫 하나의 법을 여러번 개정하면서 생기는 사회적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로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를 통해 "국민 다수 지지를 받는 법인 만큼 개정에 신중해야 하고 절차적으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 개정안 수정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후 박 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의 압박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라는 발언에 권익위의 입장도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은 이 총리를 비롯해 김영춘 해수부 장관,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모두 농어민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차관회의를 거친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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