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적 개헌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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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적 개헌은 안 된다.
  • 허종식 미디어인천신문 사장
  • 승인 2016.10.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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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100년을 내다본 개헌 논의해야.

허종식 미디어인천신문 사장
 역시 정치 9단이다, 한방에 정치권의 이슈를 개헌으로 끌어 들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탁월한 정치 감을 가진 분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까닭에 어릴 때부터 정치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는 것이다. 정치 감만 보면, 3김을 능가한다는 평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4일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전격적으로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을 발표한 시기가 꺼림칙하다.

 개헌에 그토록 부정적이던 박 대통령이 왜 정치의 블랙홀이라는 개헌을 갑자기 꺼내 들었을까?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개헌을 제안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분이다. 최근까지도 개헌에 부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이래서 당연하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께서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될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 오셨다”며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말한 '참 나쁜 대통령'을 빗대어 비판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리밖에 안 보이는지? 재집권 생각밖에 없는지?”라고 물으며 개헌 제안이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꼬집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법 개정 논의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말라. 임기 말 대통령은 현 개헌 논의에서 빠져달라”고 요구했다. 모두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은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유승민 의원은 부정적이다.

 야권은 대체적으로 비리를 덥기 위해 박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개헌은 대단히 중요하다. 난관도 많다.

 즉흥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을 생각했다면 두고두고 비판 받을 일이다.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 추진은 쉽지도 않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문제도 나올 수 있어 과연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당마다 추구하는 개헌의 방향도 다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친 박은 오래전부터 이원집정부제 개원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다.

 개헌은 미래 100년을 보고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 시기나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공감대가 있는 만큼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이 순서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면 진의를 의심받는다. 국민 여론을 국회를 중심으로 수렴하면 된다.

 개헌은 정치권의 계산보다 ‘국민의 삶’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인권, 권력 분산, 지방분권 등 새 헌법에 담을 모든 가치가 논의의 대상이다.

 정치적 계산과 당리당략에 따른 개헌은 야합에 불과하다.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개헌을 언재까지 한다고 못 박을 필요는 없다. 특정 시기를 못 박아 놓고 가면 될 일도 안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30년 만의 대변화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정치권이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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