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칼럼] 지구의 바이러스…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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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칼럼] 지구의 바이러스…인간
  • 이영수 기자
  • 승인 2015.09.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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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인천신문 이영수 기자
 올 상반기 우리나라를 강타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메르스는 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감염으로 발생하는 중동급성호흡기질환의 이름이다. 메르스는 2012년부터 중동지역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2015년까지 전 세계에 1500여 명 이상의 감염자와 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이러한 메르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186명의 확진자 중 36명이 사망하고, 현재 9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을 숙주삼아 기생하다 7~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인체를 공격한다. 이때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환자가 된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출혈열. 에볼라는 1976년 서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2만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1만1000여 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50% 이상에 달하는 에볼라는 그야말로 공포 자체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다. 에볼라는 혈액과 분비물 등의 접촉을 통해 사람 몸에 들어와 2~19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발병된다. 에볼라와 사투를 벌이다 회복된 사람들은 안구염이나 관절통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에볼라 백신이 발견되면서 에볼라에 대한 무시무시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 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사스(SARS), 등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 모두 인간을 숙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3년 전 읽었던 캐나다 출신의 ‘존 헤밍’이 쓴 ‘아마존’을 최근 다시 한 번 읽었다. 저자는 50여 년 동안 아마존을 탐험하고 연구한, 소위 ‘아마존 전문가’다. 존 헤밍에 따르면 아마존 강 본류의 길이는 7483㎞다. 이는 나일강의 6695㎞보다 길다. 이러한 아마존 강이 대양에 쏟아내는 담수 양은 전 세계 수량에 비교하면 20%에 해당된다. 이 곳에는 전 세계 동식물 종의 30%가 서식하고 있으며 어류의 30%(3000종), 81종의 영장류(이 중 69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427종의 포유류(이중 173종 아마존에만 서식), 406종의 양서류(이중 348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1300여 종의 조류(이중 260여 종은 아마존에만 서식)가 서식하고 있다. 물론 수백만 종의 곤충과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다. 또 아마존 분지 면적은 690만㎢다. 이는 미국의 3/4, 한국의 70배에 달하는 규모다.

 저자는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로 전 세계 산소의 20%를 생산하고 한해 평균 5억6000만t의 탄소를 잡아둔다”고 한다. 2000년 브라질에서 실시된 생물권-대기실험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아마존 전역의 숲이 사라지면, 대기에 700억t에 달하는 탄소가 추가되고 지구는 상시적인 가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인간은 목재와 육류, 콩을 얻기 위해 아마존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에 인간은 비행장을 설치하고 고속도로를 내고, 인간의 부 축적을 위해 거리낌 없이 아마존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문을 던진다. “자원을 마구잡이로 쓰는 인간이 우리와 이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다른 수백만 종의 서식지와 생명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이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착취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오색케이블카 조기 설치” 발언이 나오면서 오색~끝청까지 길이 3.5㎞의 케이블카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오색케이블카 설치에는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등 7가지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케이블카 설치는 시간문제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환경부는 “천연보호구역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에 포함돼 있다”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환경부가 케이블카 설치를 설치한 것이다. 갑자기 천혜의 자연을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우리나라 모든 국립공원과 관광효과가 큰 모든 산에도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할 것이다. 돈을 위해 착취되는 자연. 아마존을 파괴하는 인간의 욕심과 무엇이 다른가.

 위키백과는 바이러스는 ‘독’을 뜻하는 비루스(VIRUS)에서 유래된 말로 자신의 DNA나 RNA를 숙주 세포 안에 침투시킨 뒤 침투당한 세포의 기관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돼 숙주에 질병을 일으킨다고 정의해 놓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구, 아니 자연은 분명 인간을 위한 숙주다. 인간은 지구를 숙주삼아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자신과 같은 인간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지구는 손상되거나 파괴된다. 문득 메트릭스 영화에서 나온 대목이 생각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만큼 만 먹고 희생하며 조화롭게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은 가는 곳마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지구에서 단 하나, 인간과 똑 같은 습성을 지닌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바이러스다”라는… 후손에게 잠깐 빌려 사용하는 자연을 파괴시키고 물려줄 것인가? 진정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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