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칼럼] 신격호, 그 위대한 거인이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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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칼럼] 신격호, 그 위대한 거인이 사라져 간다
  • 이상윤 칼럼
  • 승인 2015.08.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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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이상윤 에스와이에셋 대표
 외로움, 무관심, 사라져감 등에 대한 두려움이 이 시대의 거인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 욕망의 최상위는 존경, 성취 등이다. 즉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떠받들어짐을 원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위대한 인물들은 혹독할 정도의 비난과 고난을 당함에도 목표를 향한 마음이 변치 않는다. 그 점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한 특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죽기 전까지 권력을 내려놓기 힘든 것인가 보다. 금번 롯데 사태는 신격호의 욕심에서 시작됐다. 93세가 되도록 후계 문제를 정리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본다롯데그룹은 형제간 패를 지어 권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상왕(上王)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확보하고 있으면 권력 암투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줄 알았던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또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격호의 인품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는 예전의 위대한 기업가가 아니라 한낱 장사치처럼 행동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믿지도 남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일전에는 일본 롯데그룹의 수장인 장남 신동주를 사소한 실수를 들어 모든 직위에서 끌어내리더니, 이제는 친인척과 장남의 말만 믿고 한국 재계 5위의 롯데그룹 회장인 신동빈을 해임하려 한다.  

 신격호는 환갑이 넘은 아들들을 아직도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 하고 싶었으나, 오히려 총괄회장에서 해임당하고 자신 또한 치매걸린 노인인냥 취급 당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다. 환갑이 넘은 자식들이 아버지의 눈치를 봐가며 경영을 해야 한다면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겠는가. 신격호는 아들끼리 경쟁을 시켜가며 최종적인 경영권을 부여하려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도가 지나쳐 시기를 놓쳤다.  

 아버지 신격호의 다분히 감정적인 인사조치 때문에 이번 형제간의 골육상쟁은 격화돼 가고 있다. 싸움은 말리고 화목은 도모해야 할 어른이 어느 한쪽 편을 들어 공개적으로 아들을 비난하고 있으니 정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므로 건강이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신격호는 형제들과 딸에게 유독 인색했다. 그로인해 형제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선친 제사 때 모이지도 않는단다. 여하튼 그 덕분에 아들들인 신동주 신동빈이 대권을 양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경영권은 본인이 꼭 쥔채 좀처럼 아들들에게 건네지 않았다.

 신격호는 90세가 넘은 나이로 언제까지 직접 경영을 하려고 마음먹었단 말인가. 아들들은 그때까지도 로봇처럼 지시받은 일만 하기를 바랬단 말인가.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신격호에게 물려받았을 때에 비해 3배로 키워 놨건만 아직도 신격호는 자신의 노력으로 그룹이 커졌다는 오만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그룹의 회장을 어떻게 지시서 한 장으로 해임하려 들 수 있단 말인가. 전문경영인에게조차 그런 무례함은 큰 무리를 일으킬 수 있는데 오너에겐 오죽하겠는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식을 상대로 이런 치졸한 행태를 저지른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유사한 사례로 조선 건국 시조(始祖) 이성계가 그의 아들 태종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태종의 기민한 대응으로 곱게 물러서야만 했던 역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의명분이 달랐다.  

 대세는 이미 판가름 난 듯하다. 장남 신동주와 달리 차남 신동빈은 새로운 역사를 써낸 수성군주라고 할 수 있다. 창업군주가 옛 추억을 되살려 힘을 발휘하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 많은 가신들과 주주들이 수성군주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격호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었다. 도대체 그가 추구하는 게 롯데그룹 미래를 위한 일로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환갑이 넘은 신동빈 회장을 때렸다는 등 아버지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잃은 행동이 예사였다대권을 넘겼으면 잘되든 못되든 후계자에게 모든 걸 맡겨야 한다. 그게 두려우면 처음부터 맡기질 말았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판단력과 체력에 무리가 온다고 판단하면 인품과 능력에서 가장 나은 후임자에게 맡기고 본인은 일선에서 물러나야 당연하다. 그래야 후임자들이 소신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일천한 자본주의 역사만큼 권한이양에도 서툴러 보였다.   

 ‘롯데 사태는 선례가 많아 결국 법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판단했다. 그 점은 신격호도 잘 알 것이다. 지시서나 임명장 같은 것을 내놓아도 아무런 법적 판단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개인적으로 자본은 최고의 실력자를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신격호가 옹니를 부리고 있지만 이제와선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한국·일본 재계와 투자자들의 중재로 장남에게 계열사 몇 개를 넘겨주는 식으로 마무리 될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모든 게 신격호의 현명하지 못함에서 나온 재앙이라고 여겨진다

 한국은 이혼 다음으로 상속 분쟁이 많은 나라다. 부모가 살아생전에 재산처분을 명확히 해놓지 않아 사후에 형제들끼리 치고받아 원수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모 입장에선 끝까지 자식들에게 영향력을 갖길 원하지만, 분배하는 방식이 서투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롯데 사태'를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자식들을 어느 정도 교육 시켰으면 스스로 살아가게 놔두고 나머지 재산은 사회에 기부하는 일로 마무리하면 인생이 얼마나 뜻깊어 지겠는가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돈과 권력은 물거품 같은 것이다. 지나친 명예욕과 물욕으로 노년을 치욕스럽게 마무리한다면 인생전체를 망쳤다는 후회로 가득할 것이다. 훌륭한 기업가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우리가 눈만 뜨면 배우고 익히는 인문고전에서도 교훈을 획득할 수 있다. 그토록 오랜세월 훈련받은 기업가들이 실천은 왜 못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이상윤
인천출신, (주)삼성전자 계열사 컨설팅, (주)이랜드개발 컨설팅, (주)대명리조트 컨설팅, 인천대 창업보육센터 컨설팅,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컨설턴트, 그외 인천 소재 다수의 중소업체와 법무업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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